국내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올해에도 영업이익이 증권사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을 10% 이상 밑도는 '어닝쇼크'가 무더기로 발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매년 반복되는 상장사의 4분기 어닝쇼크가 앞선 1~3분기의 실적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에 대한 일종의 배신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16일 유안타증권의 퀀트(계량분석) 담당인 김광현 연구원은 '4분기 실적시즌 마무리단계'란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실적시즌의 결과가 어김없이 어닝쇼크였다고 평가했다.
유안타증권이 자체 분석하는 200개 상장사중 160개 종목의 실적이 발표된 가운데 이들 상장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총합(55조1023억원)이 증권사 전망치(47조9104억원)의 86.9%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이 전망치의 92.6% 수준인 반면 나머지 종목의 달성률은 83.9%로 이보다 낮았다. 즉 시가총액 상위 1, 3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이외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증권사 전망치보다 평균적으로 16% 가량 적었다는 설명이다.
업종별로는 해운, 은행, 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의 실적이 전망치를 밑돌았다. 조선업종의 경우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고, 호텔·레저업종의 경우 실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2차전지주도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유안타증권은 국내 상장사의 4분기 어닝쇼크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2020년 한해를 제외하고 국내 상장사들는 평균적으로 매년 4분기에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김광현 연구원은 "쇼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어쨌든 쇼크는 쇼크"라며 "매년 반복되는 4분기 실적 쇼크는 결국 실적에 대한 신뢰도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4분기 어닝쇼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며 기업 실적에 대한 증권사 전망치가 상반기가 높고 하반기가 낮은 일종의 '상고하저'가 나타나는 등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4분기 어닝쇼크의 주요 원인이 임직원에 대한 성과급 지급과 충당금 적립 등으로 기업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결과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4분기 어닝쇼크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성과급과 충당금이 꼽히는데 이에 대한 반영이 1~3분기 중 일부 이뤄졌다면 1~3분기의 실적이 그만큼 좋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1~3분기 실적을 보고 그 때의 전망치를 기준으로 계산됐던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지표와 성장 지표는 모두 틀린 숫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그는 "빅배스(부실을 일시에 털어내는 것)로 포장되는 대규모 충당금 적립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4분기에 반영할 충당금이라면 충분히 그 이전에도 예상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바꿔 말하면 4분기에 쌓이는 충당금은 좋았던 1~3분기 실적을 믿고 투자했던 투자자들에게는 배신과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상장사가 대부분 12월 결산법인으로 연말·연초에 임직원 인사를 단행하는데 신임 경영진이 이전 경영진의 경영성
유안타증권은 올해 초 상장사의 합병, 상장폐지, 물적분할 등 주요 의사결정이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에게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강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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