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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PI첨단소재의 최대주주인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매각주관사 JP모건은 지난달 말 PI첨단소재 경영권을 매각하기로 하고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발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칼라일그룹, KKR 등 국내에서 활발히 투자하고 있는 글로벌 PEF들이 대거 초청받았다. 다국적 기업들도 시너지 효과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거래 대상은 글랜우드PE가 특수목적회사를 통해 보유한 PI첨단소재 경영권과 지분 54%다.
매각 측은 이달 중으로 입찰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과 비밀 유지 계약(NDA)을 맺고, 상세한 자료가 담긴 투자설명서(IM)를 발송할 방침이다. 예비입찰은 이르면 다음달 중에 진행될 예정이다.
PI는 슈퍼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분류되는 화학 소재다. 범용 플라스틱에 비해 내열성과 절연성이 매우 높다. 극한과 초고온에서 변형이 없고 철과 강도가 동일한 데도 무게는 약 10분의 1에 불과하다.
PI첨단소재는 2008년 SKC코오롱PI로 출발했다. 당시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세계적인 PI 필름 회사를 만들자는 일념 아래 50대50 지분율로 합작 회사를 세웠다. 재계에선 같은 시장을 두고 경쟁하던 국내 대기업이 힘을 합친 이례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합작 회사는 창립 6년 만에 전 세계 PI 필름 시장 1위 사업자로 거듭났다. 두 회사는 2005년쯤 PI필름 시장에 각자 뛰어든 바 있다. 하지만 일본 가네카·도레이, 미국 듀폰 등에 밀려 적자를 거듭한 데다 시장점유율을 빼앗는 데도 실패했다. 양 사는 선발 주자들과 경쟁하기 위해 고심 끝에 덩치를 키우기로 합의했다. SKC는 충북 진천공장,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경북 구미공장을 각각 현물 출자하기로 합의했고 그렇게 합작회사가 탄생했다.
일본 가네카, 도레이, 미국 듀폰 등 전 세계 굴지 기업을 제친 것이다. 현재 PI첨단소재의 PI 필름 시장점유율은 31%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PI 필름의 경우 고객사마다 수요가 다양하기 때문에 그들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PI첨단소재는 동종 업계에서 유일하게 모든 용도의 제품 생산이 가능한 데다 원가 경쟁력까지 갖춘 편"이라고 평가했다.
이 합작 법인은 2020년 글랜우드PE가 지분 54%를 약 6070억원에 인수하며 최대 주주가 바뀌었다. 상호명도 SKC코오롱PI에서 'PI첨단소재'로 변경됐다. PI첨단소재는 새로운 주인을 맞은 뒤 사업 다각화에 박차를 가해왔다. 기존 주력 부문인 연성회로기판(FPCB)과 방역시트를 넘어 첨단 사업 분야로 보폭을 넓혔다. 8년 연속 PI 필름 시장에서 1위를 지킨 것을 넘어 제2의 성장 청사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중에서도 PI첨단소재는 전기차 배터리 절연용 PI 필름과 바니시에 공들이고 있다. 전기차 부문에선 PI 필름이 배터리 셀을 감싸는 테이프에 탑재된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내연성·절연성이 중요한 만큼 PI가 적합한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현재 400V 위주인 전기차 충전 체계가 더 높은 전압으로 재편될수록 PI의 탑재 비중도 늘어날 전망이다. 바니시는 액체 상태의 PI로 피복을 통해 내연성·절연성을 높일 수 있다. 전기차 모터뿐만 아니라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PI첨단소재는 전체 매출에서 첨단산업 부문의 비중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전년도 기준 첨단산업 매출은 전체 대비 약 25%였으며, 2025년까지 35~40%로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전자기기를 넘어 다양한 산업에 골고루 쓰이는 소재 회사로서 정체성을 다져 나갈 방침이다. 사모펀드 관계자는 "소재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길 희망하는 대기업들의 관심도 상당한 편"이라며 "대기업 그룹 상위 20곳 중 한 곳과 컨소시엄을 꾸리기 위해 전략적투자자(SI) 파트너를 찾는 펀드들도 제법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PI첨단소재의 지난해 매출액은 3019억원, 영업이익은 759억원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3%, 26.4% 증가한 규모다.
업계에선 PI첨단소재 지분 54%의 거래 가격을 최소 1조원 수준으로 전망한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