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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증권가의 모습. [이승환 기자]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 1조44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04.4% 급증하면서 증권업계 1위로 올라섰다. 영업이익은 69.4% 확대된 1조2889억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과 영업익 모두 1조원을 돌파했다. 연 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2.3%로 초대형 증권사 중 가장 먼저 20%를 넘어섰다.
그 뒤를 이어 미래에셋증권이 순이익 1조1872억원을 거뒀다. 전년보다 42.3% 증대됐다. 시장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다. 영업익은 33% 늘어난 1조4858억원으로 두 해 연속 '1조원 클럽'에 가입하며 한국투자증권을 앞섰지만 순이익에서 밀렸다.
지난 2020년에는 미래에셋증권이 순이익 8343억원을 달성하며 수년간 증권업계를 이끌어 온 한국투자증권을 제쳤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은 7078억원을 벌어들이는 데에 그쳐 미래에셋증권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후 일 년 만에 한국투자증권이 선두를 탈환하게 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모두 해외주식 활성화와 비대면 서비스 강화 등으로 위탁매매 부문이 안정적으로 수수료를 거뒀고, 기업공개(IPO)와 유상증자 등 투자금융(IB) 부문이 선방하면서 수익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리그테이블 주식발행시장(ECM) 주관 순위권에 이름을 새겼다. 한국투자증권이 점유율 약 16%로 1위, 미래에셋증권이 점유율 약 13%로 4위였다.
두 증권사의 희비를 가른 키워드는 지분투자였다. 당초 한국투자증권이 라임·옵티머스·팝펀딩 등 부실 사모펀드 투자금 전액 보상을 실시하면서 일회성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지만, 카카오뱅크 IPO를 통해 얻은 지분법 이익으로 이를 만회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완전 자회사인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을 통해 카카오뱅크의 주식 1억48만4081주(23.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지분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취득원가는 6325억원, 장부금액은 1조2888억원으로 평가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일부인 4758억원을 평가차익으로 반영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지만 다변화된 수익 구조와 사업부문 간 시너지 창출,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등에 힘입었다"며 "디지털과 해외 IB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동시에 시스템 개선을 통한 경쟁력 제고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삼성증권(9658억원), NH투자증권(9479억원), 키움증권(9037억원), 메리츠증권(7828억원) 등도 1조원에 가까운 순이익을 거뒀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올해부터는 이 같은 호황을 누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지부진한 약세장과 글로벌 금리 인상 및 고강도 긴축으로 투자금이 증권시장을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 평균 거래대금은 20조7000억원으로 전월(21조4000억원)에 비해 2%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22조7000억원)보다는 9% 가까이 빠져나갔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일 평균 거래대금이 지난달 13조8000억원까지 줄었다.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절반 정도다. 개인매매비중은 66.2%로 지난 2020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여기에 현대엔지니어링과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어급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IPO 시장 분위기도 얼어붙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증시 및 주변자금 흐름을 감안했을 때 위탁매매 수수료 및 이자 이익 둔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자금 차입 여건 악화, 위험 회피
강승건 KB증권 연구원도 "거래대금 관련 모멘텀이 단기간에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해외 딜이나 구조화 금융 등 IB 부문 성장과 배당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자본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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