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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소액주주들이 지난 1월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사옥 앞에서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폐지 결정에 맞서 주권 거래 재개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오스템임플란트는 동종업계 1위였어요. 실적도 좋았고요. 성장성을 보고 주식을 샀단 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횡령이라뇨. 소액주주들이 이걸 어떻게 예견해요. 잠도 안 와요. 자식들이 기다려 보자고 위로해 주는데 억울한 마음은 어쩔 수 없네요. 밑져야 본전이라고 일단 탄원서를 제출할 생각이에요." (오스템임플란트 투자자 B씨)
상장폐지 기로에 선 종목의 투자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탄원서와 국민청원 작성부터 시위와 소송까지 불사하고 있다. 상장폐지를 막을 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각오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주주연대는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공중전을 벌였다. 대형 사다리차를 동원해 투자자 보호를 이행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등을 펼쳤다.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지난달 내린 신라젠 상장폐지 결정이 부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신라젠 투자자들은 지난달에도 주식 거래 재개 촉구 시위를 연 바 있다.
신라젠은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배임으로 지난 2020년 5월부터 주식을 사고팔 수 없게 된 상태다. 투자자들은 거래소가 제시한 개선 방안인 신규 자본금 확보·최대주주 및 대표이사 교체·연구개발(R&D) 정상화 등을 완수했고,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사유가 대부분 상장 전에 발생한 부분이기에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 실패는 개인의 책임이지만 거래소가 신라젠의 문제점을 알고도 상장을 허용했다면 사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 날에는 거래소의 손병두 이사장과 임직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다. 기심위가 공시가 되기 전에 미공개 정보를 흘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서울 서초구 손 이사장 자택 인근까지 찾아가 사실관계 해명과 상장폐지 철회를 외쳤다.
신라젠주주연합은 "신라젠 최대주주인 엠투엔의 주가가 185만주에 달하는 기관들의 대량 투매에 폭락했는데 이는 최대 매도량(10만주) 대비 18배 이상"이라며 "결국 상장폐지를 확정한 상태에서 기심위를 개최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거래소는 이 부분을 부정하고 있다. 기심위가 외부 전문가를 위원으로 위촉해 평가하는 만큼 내부 의결에 관여하거나 정보를 미리 유출하는 행위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신라젠은 오는 18일로 예정된 코스닥시장위원회의 상장폐지 여부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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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신라젠 소액주주들이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맞서 공중 시위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오른쪽) 오스템임플란트 소액주주들이 받은 서한. 탄원서를 작성해 달라는 내용이다. [사진 제공 = 신라젠주주연대, 오스템임플란트 개인주주] |
앞서 오스템임플란트 주주들은 오스템임플란트와 최규옥 회장, 경영진, 회계법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자본시장법에 의거 사업보고서 등에 중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허위 기재하는 행위로 주주들이 손해를 입게 되면 제출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분식회계 의혹을 받는 셀트리온그룹 주주들도 모였다. 셀트리온소액주주연대는 금융감독원에 항의서를 제출했다. 회계감리 진행 사안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주가가 주저앉았다는 주장이다.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유출한 임직원 상대 감찰 시행 및 그 처리 결과 공개, 공매도 세력과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는 시장참여자의 의혹 해소 등을 요구했다. 한동안은 상황을 지켜볼 것이지만 언제든 시위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다음 달 안으로 분식회계 고의성 여부를 판가름할 계획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온라인 주식커뮤니티도 뜨겁다. "기업심사 재심의를 요청합니다", "상장폐지까지 온 기업들의 철저한 세무조사가 필요합니다" 등 상장폐지를 막아 달라는 요구와 "신뢰 잃은 기관 감사해 주세요", "기업보다 주주의 편에 섰으면", "이렇게 수시로 금융사고가 터져대는 나라가 또 어디에 있냐" 등 금융당국을 향한 일침이 게재됐다.
한편 상장폐지 심사 절차는 코스피의 경우 2심제(기심위→상장공시위원회), 코스닥의 경우 3심제(기심위→1차 시장위→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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