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어도 상장 후 반토막…IPO 흥행 맹신은 금물 [WEALTH]

투자자들이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를 통해 접하는 코스피·코스닥 시장은 일일 거래대금이 10조원에 달할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매수·매도 주문을 걸어놓으면 어렵지 않게 주문이 체결된다. 하지만 장외 시장에서의 비상장 주식 거래는 사정이 다르다. 비상장 주식만을 다루는 시장이기에 참여자가 현저히 적고, 거래금액도 적기 때문에 원하는 가격에 주식을 팔기도, 사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비상장 주식 투자는 미래 성장성이 보장된 스타트업, 벤처기업을 발 빠르게 발굴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유동성 부족, 높은 가격 변동성, 제한된 투자 정보 등으로 큰 손실을 볼 위험성도 작지 않다. 투자에 앞서 여러 리스크를 미리 검토하고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이유다.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인기 있는 비상장 주식의 경우 미래 성장성을 앞당겨 반영해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이 이미 높은 수준이라는 점이다. 시가총액이 높은 비상장 주식의 경우 기업공개(IPO) 후 주가가 현재 시세보다 상승한다는 보장이 없다. IPO 흥행을 위해 장외가 대비 저렴하게 공모가를 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투자 종목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 좋지 않으면 큰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실제로 카카오뱅크의 경우 비상장 주식 거래가가 한때 주당 10만원을 넘어선 적도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는 코스피 상장 후 9만4400원에 고점을 찍은 뒤 현재 4만원대에 거래 중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장외 시장은 법적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는 거래 비중이 높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의 중개업무에 대한 좁은 해석으로 장외 주식의 적법한 유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깜깜이 투자 우려 속에서 비상장 투자 관련 사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나마 금융투자협회가 관리하는 제도권 장외 시장인 K-OTC는 투자 위험성 고지, 부정거래 행위 혐의 계좌 수탁 거부 등 보호 장치를 갖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대일 상대 매매 방식으로 거래되는 사설 플랫폼은 거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대일 상대 매매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연결을 통해 주식 거래가 이뤄진다. 이때 매도자가 거래대금만 넘겨받고 '잠수' 타면 큰 손실을 입는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