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주주대표소송 권한을 산하 위원회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책위)로 넘기려던 국민연금기금운용지침 개정 논의를 앞두고 보건복지부가 한 발짝 물러섰다. 재계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내 우려가 커진 탓이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은 시간을 두고 지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갈등 요인이 수면으로 재부상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3월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한 변수다.
재계는 그간 지침 개정에 따라 주주대표소송 제기 주체가 수책위로 일원화하면 소송이 남발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기업은 물론 국민연금도 소송비용 부담이 커져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손해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지난해 지침 개정을 준비해왔던 정부가 "무리하지 않겠다"며 기류가 달라진 것도 이런 반발을 수용해서다.
이에 따라 오는 25일 열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지침 개정 안건이 보류되거나, 아예 철회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재계에서 나온다. 기금운용위는 아직까지 안건 상정 방침을 유지 중이다. 복지부·국민연금의 개정 추진 의사는 아직 여전한 모양새다. 양성일 복지부 제1차관은 9일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경영계의 우려는 기금운용위에 보고되겠지만 지침 개정을 갑자기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안건은 1년이 됐든, 2년이 됐든 논의를 이어가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국민연금에서는 기존 대표소송 권한을 쥔 기금운용본부에서 수책위로 권한이 넘어가는 게 재계 우려와 반대로 소송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만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주주대표소송의 수책위 일원화는 기금운용본부의 실무 작업을 수책위에서 한 번 더 검토한 뒤 소송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국민연금이 대표소송을 제기하되 절차를 엄격하게 다듬겠다는 게 이번 지침 개정의 의미"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지침 개정안을 논의·의결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는 권덕철 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산업부·고용노동부의 차관,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각각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이외 사용자와 근로자 대표 각 3인, 지역가입자 대표 6인, 관계 전문가 2인 등 총 20명이다. 지침 개정안은 기금운용위원들 합의로 의결된다.
만약 정부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경으로 2월 기금운용위에서 지침 개정 안건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보류되면 이 사안에 대한 결론이 대선 후로 넘어가게 된다. 기금운용위가 통상 한 달 정도 시일을 두고 열리는 점을 감안
[이종혁 기자 / 이희조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