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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 사흘째인 지난 7일 오후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1조 경기에서 한국 황대헌 선수가 중국 선수들을 추월하는 모습. 이날 황 선수는 `편파 논란` 심판진으로 부터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실격 처리 당했다. [사진 = 연합뉴스] |
최근 중국 당국이 '국가 대표팀'으로 불리는 국영 펀드를 동원해가며 국내외 증시에서 자국 기업 주가 떠받치기에 나서 시장 눈길을 끌고 있다. 국영 펀드가 나선 것은 중국 명절인 춘절 연휴가 끝나고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열린 것과 시점을 같이 한다. 중국 주식은 중국 공산당 지도부 특유의 규제 불확실성과 기업들 부정 회계 관행 탓에 뉴욕증시 투자자들에게 외면 받은 탓에 최근 1년 단 주가가 반토막 난 상태다. 특히 올해 들어선 글로벌 증시 유동성 장세가 사그라드는 시점에서 중국 성장 둔화 리스크와 미·중 무역 갈등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대표 중국 대표 주가 지수인 CSI 300지수가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는데 이 때문에 국내 외 중국 투자 심리가 흔들리자 당국이 개입하고 나선 것이라는 시장 해석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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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 지수(HXC) 최근 1년(2021년2월 9일~2022년 2월 8일) 흐름 |
8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는 나스닥 골든 드래곤 차이나(HXC) 지수가 하루 만에 3.85% 올라 8440.18에 거래를 마쳤다. HXC 지수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중국 대형주 98개 종목 주가를 따르는 지표다. 개별 종목이 아닌 지수가 하루 만에 4% 가까이 오른 것은 같은 날 중국 기업들 주가가 간만에 급등한 영향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중국판 아마존' 알리바바(6.17%)와 핀둬둬(12.81%), '중국판 구글' 바이두(4.75%)를 비롯해 '중국판 우버' 디디추싱(9.58%), '중국판 마켓 컬리' 다다넥서스(6.11%) 등이 반등했다.
이 날 깜짝 반등세 배경에 대해 시장에서는 '국가 대표팀'으로 불리는 중국 국영 펀드의 자국 기업 매수세를 지목했다. 하루 전날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국영 펀드들이 8일 본토 증시에서 CSI 300 지수가 약 2.4% 급락하면서 장중 기준 지난 2021년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할 위기에 처하자 오후 들어 대량 매수에 나섬으로써 이날 낙폭을 0.55% 로 줄였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익명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국영 펀드들이 매수에 나선 건 자국 기업 주가 하락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며 이번 매수 대상에는 '경기 순환주'로 통하는 에너지·유틸리티 외에 금융주도 포함됐다. 중국 측의 이런 움직임은 최근 중국 당국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비공개로 불러들여 투심 안심시키기에 나섰음에도 사정이 여의치 않자 간접적으로 시장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본토에서 국영 펀드가 나섰다는 소식은 뉴욕 증시에서도 중국 주식 매수로 이어졌다. 알리바바와 핀둬둬, 디디추싱 등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으로는 대형주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2월 이후 최근 1년 간 주가가 적게는 45%에서 많게는 80% 선 낙폭을 기록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 특유의 규제 불확실성과 미·중 증시 갈등 속에 중국 기업 상장 폐지 문제가 이슈로 부각되면서 조지 소로스와 캐시 우드 같은 유명 투자자들과 '세계 최대 사모펀드' 미국 블랙스톤 등이 앞다퉈 주식을 내다 팔거나 투자를 철회한 결과다. 특히 알리바바는 마윈 창업자의 공산당 지도부 비판 발언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미움을 산 것을 계기로 지난 2020년 11월 핀테크(금융 기술) 자회사인 앤트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이 무기한 연기 됐고 이 때문에 뉴욕증시에서도 주가가 폭락했다. 디디추싱은 중국 당국 압박에도 불구하고 지난 해 6월 30일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가 당국의 계속된 폐지 권고 탓에 자진 상장 폐지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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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오후 중국 베이징 캐피탈 실내 경기장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 경기 도중 중국의 런쯔웨이 선수(오른쪽)가 헝가리의 사올린 샨도르 류 선수를 손으로 밀어내고 있다. 해당 경기에서는 중국 편파 판정 논란 속에 런쯔웨이 선수가 금메달을 땄다. [사진 = 연합뉴스] |
월가에서는 자국 기업 주가 떠받치기에 나서는 중국 국영 펀드들을 '국가 대표팀'으로 부른다. 이들의 매매 시기와 규모는 공개되지 않는다. 중국에서는 지난 1990년 상하이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이후 폭락장이 펼쳐질 때마다 정부가 국영 펀드 등을 동원해 증시를 떠받쳐 왔다.
'국가 대표팀'을 동원한 중국 측의 주가 떠받치기용 매수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일 미국 상무부가 중국 기관 33곳을 수출입 미검증 목록(UVL)에 추가해 관련 중국 기업 주가가 급락하는 등 첨단 산업을 둘러깐 미·중 기술 갈등이 증시에 다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UVL 목록에 오른 우시바이오로직스는 8일 홍콩 증시에서 22% 넘게 폭락해 거래가 중단된 바 있고 이어 같은 날 뉴욕 증시 장외 거래에서는 15.66% 급락했다.
한편 월가에서는 '중국판 테슬라'를 꿈꾸는 니오가 오는 2024년 이후 뉴욕 증시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중국 기업 특유의 부정 회계 관행과 폐쇄적 기업 운영을 겨냥해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변동 지분 법인'(VIE) 제재 규칙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VIE는 중국 기업들이 당국의 외국 자본 규제를 피하기 위해 원래 기업 지분의 100%를 보유한 지주 회사를 해외에 설립한 후 뉴욕 증시에 상장하는 우회 통로로 통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사더라도 의결권을 가지지 못하는 데 알리바바와 디디추싱, 니오 등이 VIE 를 활용했다. 게다가 SEC 는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회계 감사를 받지 않는 중국 기업을 상장 폐지할 것이라고 밝혀왔는데 이런 사정을 복합적으로 감안할 때 니오는 빠르면 2024년 1월 상장 폐지 대상이 될 수 있다.
니오는 중국 뿐 아니라 한국·미국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매수 인기를 끌었던 종목이다. 다만 일본 니케이는 중국 허페이 정부가 니오 관련 업체에 투자하는 형식으로 우회적으로 지분을 넓혀왔고 이는 정부 개입을 기피하는 미국 시장 관행에 역행하는 투자라고 지적했다. 허페이 정부는 JAC모터스에 투자하고 있는데 JAC모터스는 니오 전기차 생산 파트너업체다.
한편 지난 7일 국내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이달 4일 기준 중국 주식형펀드에 새해 들어 8355억원이 유입돼 중국 주식형펀드 순자산은 총 11조6971억원을 기록했다. 유입액을 기준으로 같은 기간 북미 주식형펀드(7382억원 유입)보다 큰 액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반면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 지급준비율을 0.5%p (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 1월 기준금리를 20개월 만에 0.05%p 낮추는 등 경기 부양 움직임을 보인 데다 공산당 지도
부도 내수 부양에 나섰기 때문이다. 다만 MBMG 그룹의 폴 갬블스 공동 설립자는 "중국 경제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 침체 문제와 대기업 규제 및 '부정부패' 척결 등을 둘러싼 정책 불확실성 등 각종 리스크를 감안할 때 중국은 투자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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