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NFT 경매에 부쳐져 6930만달러, 한화로 약 830억원에 판매된 디지털 화가 '비플'의 작품. [사진출처 = 연합뉴스] |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이유는 바로 'NFT'라는 기술 때문입니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NFT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NFT를 얘기하는 듯한 분위기입니다. '아기 동영상이 8000만원에 팔렸다' '트윗 한 줄이 35억원에 낙찰됐다' '누구는 포토샵 그림을 NFT로 팔았다더라' 등으로 말이죠.
NFT는 투자자산으로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NFT를 통해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미래 가치가 있는 만큼 기업들도 앞다퉈 뛰어들고 있습니다. NFT 관련 사업을 발표한 기업 주가가 폭등하기도 합니다. NFT 관련 뉴스를 안 보고 하루를 지내기가 어렵다고 느껴질 정도로 NFT의 세계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NFT, 도대체 어떤 기술일까요?
NFT는 'Non Fungible Token'의 약자로 직역하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입니다. NFT를 인터넷에 검색하면 '블록체인 상에서 유통되는 토큰의 한 종류로, 각 토큰마다 고유 값을 가지고 있어 다른 토큰으로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나옵니다. 한국말인데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
알기 쉽게 '대체 불가능'이라는 말과 '토큰'이라는 단어를 따로 풀어보겠습니다. 우선 '대체 불가능성'을 이해하기 전에 '대체 가능'이란 개념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체 가능'이란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 등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도 무방하단 뜻입니다. 1000원을 빌려갔다가 갚을 때 1000원짜리 지폐면 되지, 빌렸던 바로 그 1000원권일 필요는 없습니다. 100원짜리 10개, 500원짜리 동전 2개로 갚아도 문제없습니다. 이런 경우 '대체 가능'하다고 합니다.
↑ 버스토큰.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NFT는 대체가 불가능한 '토큰'이라고 하지요. 여기서의 '토큰'은 블록체인상에 저장된 특정 자산을 말합니다. 어떤 자산이든 그 소유권을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토큰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 버스 토큰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1999년 사용 중지됐을 당시 시내버스 요금은 250원이었는데요. 버스 토큰은 동전을 대신해 '250원어치 버스 요금'이라는 증표였던 거죠.
이 개념을 NFT에 그대로 적용해 보겠습니다. 제가 키우던 강아지 사진을 찍어 이미지 파일을 블록체인상에 업로드하면 이 강아지 사진은 '토큰화'가 되는 겁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지 파일뿐 아니라 음원 소유권, 예술 작품에 대한 소유권과 같은 모든 자산을 블록체인을 통해 자산으로써 나타내는 것을 '토큰'이라고 합니다.
NFT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요. 예컨대 제가 포토샵으로 고양이 이미지를 그려 친구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친구들도 이 고양이 이미지를 가지게 됐습니다. 물론 친구들은 원본이 아니라 복사본을 가지고 있는데 디지털상에서는 원본과 복사본은 차이가 없습니다. 심지어 친구들이 해당 이미지를 지인들에게 공유하면서 제가 그린 그림은 널리 퍼져나갔을 것입니다.
그럼 제가 만든 고양이 이미지는 누구 소유일까요? 실존하는 예술 작품의 경우 전문가 감정을 통해 원본과 복사본을 구분할 수 있지만 디지털 상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제가 그린 고양이 이미지 소유권을 증명할 수 없습니다.
↑ 온라인 밈으로 인플루언서가 된 클로이의 최근 모습. [사진출처 = 클로이 인스타그램] |
과거엔 제가 만든 동영상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거나 돌아다녀도 원작자가 얻는 이득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NFT 기술이 도입되면서 자신의 동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것은 오히려 더 좋은 것이 됐습니다.
NFT로 소유권이 확실히 증명되다 보니 복사본이 많이 공유돼 유명해지면 원본 가치는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가치가 올라가게 되면 저는 나중에 비싼 가격으로 이 소유권을 누군가에게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NFT로 인해 원본의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NFT가 엄청나게 새로운 기술은 아닙니다. NFT를 '디지털 고양이'에 적용해 이를 일종의 게임 아이템처럼 사고팔 수 있게 한 '크립토키티'란 게임이 나온 것이 벌써 2017년입니다. 그런데도 바로 지금, NFT가 큰 이슈로 부상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온라인 활동이 많아지고 디지털 자산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NFT는 작품 제작 형식에 상관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제작 방법도 간단합니다. 자신이 컴퓨터로 그린 그림이나 연필로 종이에 그린 그림을 휴대폰으로 찍거나, 목소리를 녹음한 파일 등도 상관 없습니다. 무엇이든 '이것이 원본이다'라고 표식을 붙이면 됩니다. 슈퍼레어, 니프티 게이트웨이, 라리블, 오픈시 등 NFT로 만들어주는 사이트들도 최근 많이 생겼습니다. 이 사이트들에 디지털 파일을 올린 다음 NFT로 전환 후 '판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됩니다. NFT 마켓플레이스라고도 하죠.
물론 NFT를 만든다고 모든 사람들이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해당 창작물의 가치와 의미, 희소성이 있어야 합니다. 사실상 일반적인 개인이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 지난해 경매에 오른 이세돌과 알파고의 4번째 대국 NFT.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또 지난해 디지털 화가 '비플'이 5000일간 매일 만든 작품을 모아 놓은 창작물 NFT는 경매에서 6930만달러(약 830억원)에 팔렸고, 15년 전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작성한 첫 트윗이 290만달러(약 35억원)에 낙찰됐습니다.
한국에서도 NFT가 고가에 판매된 사례가 있습니다. 지난해 바둑기사 이세돌은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의 경기 중 네 번째 대국이 담긴 사진과 동영상 파일을 NFT 경매에 부쳐 2억5000만원에 낙찰 받았습니다. 또 코빗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국내 최초로 거래된 것에 대한 작명권을 NFT로 만들어 경매를 진행했는데 입찰 시작가가 500만원에 불과했던 두 제품의 최종 낙찰가는 비트코인 작명권 24이더리움(지난해 4월19일 기준, 약 6500만원), 이더리움 작명권 35이더리움(약 9500만원)으로 달라졌습니다.
NFT의 미래가치와 돈이 된다는 기대감에 투자처로 활용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대부분 사람들이 향후 거둘 수 있는 이익에 대한 기대감에 NFT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듯 NFT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NFT는 혁신적인 기술로 추앙받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벌써부터 버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에서 단 한 점뿐이라는 상징성과 희소성이 있다고 해도 언제든지 복제가 가능하고 원본과 모조품의 질적인 차이도 없는 한 줄짜리 트윗이 과연 35억원의 가치를 가질지는 의문이라는 입장입니다.
고가에 거래된 NTF 창작물의 경우만 봐도 판매된 후 인터넷상에서 계속 복제되고 있습니다. 최초의 트윗 역시 판매됐지만 해당 트윗은 여전히 트위터에 존재하며 다른 사람들이 읽고 리트위트하거나 '좋
실제 자신의 그림을 830억원에 판매한 비플조차도 "NFT에 버블이 끼어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죠.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NFT가 지닌 블록체인 기술의 혁신성이 발현되기 전에 버블 논란에 휩싸일 우려가 있다"며 "시장의 자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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