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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가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뢰해 이날 기준으로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 중 증권사 실적 추정치가 3개 이상 존재하는 기업 73곳의 컨센서스(추정치 평균) 대비 실제 실적을 비교한 결과 78%에 해당하는 57곳에서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업종 전반에 걸쳐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현대차(-15%)와 기아(-12.4%) 모두 실제 영업이익이 추정치 대비 10% 이상 미달했다. 삼성전자(-8%), LG전자(-18.5%), LG디스플레이(-25.4%) 등 반도체·정보기술(IT) 업종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친 실적을 발표했다. 배터리 업종은 실적 부진이 특히 두드러졌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6894억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은 47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삼성SDI 영업이익은 추정치보다 35.2% 낮았고, 증권사들이 275억원 흑자를 예상했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9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8.1%), 현대건설(-18.4%), GS건설(-16.5%) 등 건설 업종과 에쓰오일(-8.4%), 효성첨단소재(-18.7%), 효성화학(적자 전환) 등 정유·화학 업종도 추정치보다 부진했다. 삼성전기(-11.4%), LG이노텍(-1.7%) 등 호황을 구가하며 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낸 IT부품업체들도 높아진 시장 눈높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6%)와 네이버(-4.2%) 등 성장 업종으로 분류되는 바이오·인터넷도 예상치를 하회했다. 조선 업종은 삼성중공업이 2571억원 적자를 기록해 적자 규모가 예상치(-933억원) 대비 2.7배에 달했다.
기업들이 기대보다 이익을 내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통상적으로 4분기 실적은 상여금 등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인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경우가 많다. 4분기 실적을 미래 실적의 선행 지표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실적이 부진한 원인을 전적으로 일회성 비용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증권가에서는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실적에 악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공급 병목현상이 더욱 악화되면서 생산과 수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었다"며 "가파르게 오르는 물가 역시 기업들 수익성을 잠식하면서 4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회계상 비용 처리 문제로 4분기는 역사적으로 통상 30% 이상 어닝 쇼크가 발생하곤 했다"면서도 "지난 1월 무역수지 적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원자재 비용 등 기업들을 둘러싼 거시경제 지표의 불확실성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 주요국의 긴축 충격에 더해 실적에 대한 실망감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성에 대한 믿음이 주가를 끌어올렸던 작년과 달리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종목들을 시장이 외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실적 발표 이후 증권사들이 목표주가를 내리는 종목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실적 발표 이후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효성첨단소재, 현대건설,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네이버, SK이노베이션, 현대제철 등 대형 종목들 목표주가가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지난해 4분기를 시작으로 국내 기업들의 이익 둔화가 감지되는 점도 부담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외 불확실성 확대와 코스피 4분기 실적 부진으로 불안 심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에 따라 이익 모멘텀이 발생하는 미국 증시와 달리 국내 기업들은 반도체 등 업종을 제외하고는 이익 전망이 글로벌에 비해 부진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정유, 화학, 철강, 레저,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엔터 등 업종에서 실적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 실적이 상향
[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