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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와 같은 초대형 기술 기업의 주가가 하루 사이에 26% 이상 움직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CNBC에 따르면 역대 가장 큰 규모로 시가총액이 감소한 것은 2020년 9월에 애플 주가가 1820억달러 폭락했던 것이다.
이날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던 아마존은 정규장에서 7.81% 하락했다. 메타의 폭락에 놀란 투자자들이 선제적으로 매도에 나선 탓이었다. 하지만 장 마감 후 실적이 발표되자 시간 외 거래에서는 14.24% 폭등했다.
소셜미디어 기업인 스냅은 정규장에서 23.6% 폭락했지만 실적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무려 59.18% 폭등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 주가가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고 요동치는 '밈 주식'처럼 급등락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기업의 급등락이 뉴욕증시 전체를 흔든다는 점이다. 4거래일 연속 상승하던 뉴욕증시가 3일 폭락한 것은 메타 때문이었다. 이날 나스닥지수는 3.74% 떨어지며 하락폭이 2020년 9월 8일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빅테크 기업 중 애플, 알파벳(구글)은 시장의 구원투수 역할을 했지만 메타, 넷플릭스는 병살타를 날렸다.
대형 빅테크 기업 중 마지막으로 등판한 아마존은 이날 실적발표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1374억달러(약 164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보다 9%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순이익은 리비안 투자와 온라인 광고 성장에 힘입어 같은 기간 72억달러에서 143억달러(약 17조2000억원)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주당 순이익은 예상치 3.63달러를 뛰어넘은 28.21달러에 달했다.
하지만 아마존 실적을 뜯어보면 주가에 마냥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순이익 급증이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에 대한 투자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리비안에 13억달러(약 1조5600억원) 가까이 투자해 지분 22.4%를 보유했는데, 리비안이 지난해 11월 상장하면서 보유 지분 가치가 120억달러(약 14조4000억원) 규모로 불어났다.
아마존은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로 애널리스트의 기대치인 1200억달러보다 다소 낮은 1120억∼1170억달러를 제시했지만 주가는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공급 대란과 인플레이션 압박에 아마존 실적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크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이날 스냅과 핀터레스트도 장중에는 '메타 쇼크' 여파로 주가가 하락했지만, 전망을 웃도는 실적 덕에 시간 외 거래에서 큰 폭 반등했다.
월가에서는 지난해 밈 주식에 이어 새로운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니얼 젠터 RNC젠터캐피털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의) 관용이 사라졌다"며 "기업이 실적 고해성사에 나설 때 '헤일 메리'(로마 가톨릭교의 성모송)만으로 용서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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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 박용범 특파원 /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