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월 28일 기준 전장 대비 2000원(2.81%) 상승한 주당 7만33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이 437조원에 달하는 대장주가 3% 가까이 오르는 것은 흔하지 않은 경우지만 투자자들은 좀처럼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 1월 한 달 동안 6% 넘게 빠진 상태로, 52주 신저가(6만8300원)와 불과 5000원 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28일 주당 8만300원을 터치한 이후 약세로 돌아서면서 지금까지 7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개인은 삼성전자의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였다. 총 31조2238억원 순매수했다. 그 다음 순위인 현대모비스(5조1005억원)의 6배가 넘는다. 올 들어서도 1조4186억원 순매수했다. 소액주주 수도 지난해 1분기 말 386만7960명, 2분기 말 454만6497명, 3분기 말 518만880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를 향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개인들은 오랜 횡보장에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온라인 주식커뮤니티에서는 "10만원 간다며 이래서 언제 감?", "죽을 때까지 십만전자 못 보겠다", "그래도 우량주라니까 일단은 존버", "9만원 찍었던 게 꿈 아니었을까", "개미지옥굴 답 없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이 부진한 이유로 글로벌 긴축, 코로나 장기화, 배당금 축소 등이 꼽힌다. 올해의 첫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오는 3월 기준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공장이 있는 중국 시안이 재봉쇄될 가능성도 남아 있어 수급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
여기에 분기마다 보통주 1주당 361원(총 1444원) 및 우선주 1주당 362원(총 1448원)을 현금배당하기로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0.5%다. 총 배당금은 2조4529억원대다. 전년도 보통주에 주당 2994원을 배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쪼그라든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 279조6000억원과 영업이익 51조6300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최대 매출이다. 경쟁사인 인텔을 꺾으며 3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시장 선도 기업이라는 위치를 되찾았다. 이 같은 호재에도 리스크에 대응해 보수적인 현금 운영에 나서면서 인수합병(M&A) 참여와 상속세 납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지난해 달콤했던 특별배당 맛을 본 개인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많이 벌었다면서 특별배당 왜 안 하나", "믿었는데 뒤통수 맞은 기분", "이놈의 주가는 도대체 언제 오르냐", "평단 깎아 먹어도 배당 때문에 가지고 있으려고 했는데" 등 대부분이 낮아진 배당 수준을 지적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배당 지급 확대와 지배구조 이슈 등도 계속 주목해야 한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상승 동력을 찾지 못하면 현재의 시장 상황과 겹쳐 7만전자가 위태로운 것은 당연하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오는 상반기 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들어 8개 증권사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상향했다. 이 가운데 KTB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신증권 등이 10만원 이상의 가격을 적어냈다. 최소 10만5000원에서 최대 12만원까지 다양하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매크로 이슈로 시장 예측보다 긴 조정을 겪고 있다"며 "메모리 다운사이클이 짧을 것으로 관측되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종 조정기의 끝자락이 다가오고 있다"며 "실적 시즌을 전후로 디램 및 파운드리 업황 개선에 기반을 둔 주가 상승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비중 확대를 추천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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