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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앤컴퍼니는 2016년 쌍용양회공업을 인수할 때부터 시멘트 업계의 환경·사회적 약점을 개선할 것을 목표로 삼았다. 먼저 대한시멘트, 한남시멘트, 대한슬래그 등 2012~2015년 인수한 업체들을 쌍용양회공업에 합병하며 효율성을 높였다. 이후 친환경설비·중간처리업·생산혁신에 5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친환경 폐열발전설비를 가동해 동해공장의 1년 전력비 33%를 대체했다.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유연탄 비중을 대폭 줄이고 폐타이어 등 순환연료 활용률을 끌어올렸다. 반환경 오명을 썼던 시멘트 업계에서 종합환경기업 쌍용C&E를 탄생시킨 비결이다.
토종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는 이처럼 개별 인수 기업을 넘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왔다. 해운업에 대한 지속적 투자가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2011년부터 3년 연속 70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한진해운의 드라이 벌크 사업부문 등을 2014년 인수해 에이치라인해운을 설립했다. 이어 2016년 현대상선의 드라이 벌크 전용선 사업부문을 볼트온(유관 기업 인수)하면서 국내 최대 규모 전용선 전문 선사로 거듭났다. 포스코, 한국전력공사,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해 브라질의 발레 등과 장기 화물 운송 계약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이익 구조를 창출했다. 2015년 1895억원이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2020년 3191억원까지 증가했다.
2018년 SK해운을 인수하며 해운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해운업 불황 장기화,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 등 외부 상황이 악화하는 와중이었음에도 과감하게 베팅했다. 인수 후 시황에 따른 변동성이 큰 스폿 영업(화주사 필요에 따른 단기간 물류 영업)을 줄이고, 국내외 우량 화주를 대상으로 한 장기 계약을 늘렸다. 2018년 2317억원이던 EBITDA는 2020년 4011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한앤컴퍼니가 해운업을 비롯해 제조, 유통, 호텔업 등에서 단행한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은 24건으로 국내 PEF 운용사 중 가장 많다. 이는 '경영권에 집중한 장기간의 책임투자'를 중시하는 창업자 한상원 대표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앤컴퍼니는 사모펀드가 무리한 비용 절감을 통해 단기 이익을 추구한다는 대중의 편견과 달리 포트폴리오 기업과 펀드의 이해관계를 일치시키는 데 매진한다. 인수 기업에 대한 투자, 고용을 늘리며 노사 갈등도 최소화한다. 쌍용C&E가 한앤컴퍼니에 인수된 후에도 57년 연속 무분규 전통을 이어가는 배경이다.
2011년 8900억원 규모로 시작된 한앤컴퍼니 펀드는 현재 약 8조9000억원에 달한다. 한앤컴퍼니가 운영하는 기업들의 자산 합계는 약 40조원이며, 매출은 16조원 이상, 고용 인력은 약 3만명이다. 1호 펀드 기관투자자(LP) 대다수가 계속해서 재투자를 약정하면서 새로 참여를 원하는 투자자들은 신규 펀드 조성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투자 기업 중 손실을 입고 매각한 사례가 없었다는 것이 이 운용사 최대 매력으로 꼽힌다.
올해 투자은행(IB) 눈길은 이 회사가 한온시스템 매각을 성공리에 완수할지에 쏠려 있다. 한앤컴퍼니는 2015년 외국계 기업에 매각돼 있던 한라비스테온공조를 3조9000억원에 인수한 뒤, 세계 3위 자동차 부품회사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의
[강두순 기자 /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