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세계 증시 ◆
증권가의 증시 전망이 하루가 다르게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수가 올해 들어 단 며칠 사이에 2020년 말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코스피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증권사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삼성증권은 25일 코스피 목표치를 기존 2800~3400에서 2650~3150으로 수정했다. 삼성증권은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통과했다는 시장의 기대와 달리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조기 긴축 의지를 드러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14년 만에 나스닥이 월간 10% 이상 하락한 점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전운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진 점도 전망치 조정의 배경으로 꼽았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수 하단은 글로벌 시스템 리스크 현실화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던 2008년(미국 금융위기), 2018년(미·중 통상마찰) 당시에 준하는 주가수익비율(PER) 9.8배 레벨로 산정했다"고 밝혔다.
다른 증권사들도 국내 증시에 대해 연초보다 보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이날 코스피 하단과 상단을 2600과 3000선으로 전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미·중 갈등과 금리 인상으로 코스피가 23% 하락했던 사례를 참고해 코스피 하단을 고점(3305) 대비 20% 조정으로 계산했다"고 밝혔다. 키움증권도 이날 목표치 수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예상치 못한 변수로 코스피 하방 압력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이달 중순부터 코스피가 1분기 26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현·선물 대량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압력 확대와 추가적인 외국인 매물 출회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며 "수급적으로 압박이 심한 상황에서 개인투자자의 반대매매도 지수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상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할 국내 기관도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대형주 비중을 늘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바닥 반등세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구 연구원은 "최근 증시 조정은 펀더멘털 조정을 넘어선 과민반응 성격이 짙다"며 "투매보단 보유, 관망보단 저점 매수 전략의 실익이 앞설 것이라 판단한다"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른 국가 증시의 약세 정도와 비교하면 현재는 투매에 가까운 과매도 영역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시점에서 패닉성 추격 매도에 동참하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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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