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의 세계 자산시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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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 하락한 3만4265.37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9% 떨어진 4397.94에, 나스닥지수는 2.72% 하락한 1만3768.92에 장을 마쳤다. 특히 3대 지수 모두 순차적으로 장기 추세선인 200일 선(200일 동안의 지수 평균을 이은 선)을 하향 이탈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나스닥·다우·S&P500 순으로 200일 선을 벗어났다"며 "반등은 있겠지만 약세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증시가 급락하면서 국내 유가증권시장(코스피)도 약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지난해 9월 이미 200일 선을 하향 이탈한 바 있다. 당장 1월 26일부터 주요 상장사의 4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실적 부진에 따른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실적이 성장하더라도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를 하회하면 수급이 악화될 수 있다. 보통 4분기에는 국내 기업 실적이 전망치를 밑도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26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코스피 지지선인 2800을 뚫고 내려가면 26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도 "단기적으로 낙폭 과대주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 시도가 이어질 수 있지만 예상보다 부진한 1월 경제지표가 확인된 후 지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키움증권에 따르면 직전 분기 대비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성장률이 높은 업종은 미디어(122%) 유통(46%) 정보기술(IT·36%) 순이다. 반면 보험(-52%) 은행(-39%) 증권(-32%) 필수소비재(-31%) 등은 직전 분기 대비 이익폭이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또 지난해 12월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낸 상장사 165곳의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8조5685억원으로 1개월 전 51조8127억원 대비 6.3% 감소했다.
보통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 전망이 나오면 목표주가 하향이나 외국인·기관투자자 매도세 급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형국에서 실적 부진 우려는 주가를 끌어내리는 재료로 작용되는 사례가 많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주도하는 긴축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실적 부진 우려로 주가가 하락한 대표적인 종목은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국내 증시에서 흔치 않게 주가가 꾸준한 상승 랠리를 달려왔지만 최근 급락하며 '황제주(주당 100만원)' 자리에서 4년 만에 내려왔다. 중국 화장품 시장 성장세 둔화가 원인이었다. 4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이달 10일 주가는 13.41% 떨어졌다. 현대차증권은 LG생활건강 목표주가를 기존 175만원에서 130만원으로 25.7% 낮췄다.
지난해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던 게임주도 실적 부진 염려에 조정을 받고 있다. 크래프톤은 기대작이었던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가 출시 초기 시장 기대치에 미달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이달에만 주가가 32% 하락했다. 크래프톤의 4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못 미쳤다. 카카오게임즈 사정도 다르지 않다. 대표작인 '오딘'의 매출 하락과 마케팅 비용 상승에 따라 실적이 부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주가가 이달 21% 떨어졌다.
자동차 부품업계 또한 실적 부진 우려가 덮쳤다. 세계적인 공급 병목 현상으로 인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장기화가 원인이다. 완성차 감산 여파로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달 들어 6%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15% 상승하며 급반등에 성공하고 이달 초에도 9%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상승분을 반납한 모습이다. 만도 역시 이달 주가가 12% 떨어졌다. 정용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만도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3%, 영업이익은 36.4% 줄어든 수준을 기록할 것"이라며 "시장이 희망하는 영업이익 850억원을 40%가량
전문가들은 약세장인 만큼 현금을 확보하고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 종목에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이창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로 부진하기 때문에 실적 자체가 양호한 종목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며 HMM LG이노텍 한국가스공사 CJ대한통운 등을 추천했다.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