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공모에서 총 1097만482주를 일반청약자에게 배정했다. 임직원에게 배정한 우리사주(850만주) 중 약 4.1%(35만주)의 실권이 발생해 해당 물량이 전부 개인 청약으로 넘어오게 됐다. 이 중 절반은 최소 단위(10주) 이상 청약한 개인 모두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형태(균등)로 배정된다. 나머지 절반은 청약 주식 수와 증거금에 따라 나누는 비례 방식이다. 대표주관사 KB증권에만 50조8073억원에 달하는 증거금이 쏠렸다. 신한금융투자(24조3548억원)와 대신증권(24조6456억원)에 몰린 자금도 많은 편이다. 인기가 뜨거웠던 탓에 균등 배정을 노린 개인조차 크게 재미를 보기 어려워졌다. 7개 증권사 모두 균등 배정 주식 수가 2주를 밑돌았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0.27주) 청약자 중에서는 한 주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게 됐다. 나머지 6곳에 청약한 개인은 최소 1주씩 받게 된다. 대신증권(1.75주) 하이투자증권(1.68주) 신영증권(1.58주) 신한금융투자(1.38주) KB증권(1.18주) 하나금융투자(1.12주) 모두 균등 주식 수보다 청약 건수가 적었다. 증권사들은 소수점 자리에 대해서는 추첨 방식으로 배정할 방침이다. 한 주관사단 관계자는 "경쟁률이 상상 이상으로 높아져 1인당 1주 정도를 받는 모양새로 흐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너도나도 청약하는 분위기 속에 7개 증권사 일선 지점은 사실상 마비나 다름없었다. 당일 계좌를 개설해 청약에 참여하려는 투자자들이 쉴 새 없이 지점에 방문했다. 모바일 청약이 낯선 고객은 유선상으로 수차례 문의를 건네기도 했다. 한 증권사 지점장은 "하루 종일 화장실을 세 번밖에 못 갈 만큼 고객 문의가 끊이지 않았다"고 업무 과중을 토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흥행은 충분히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앞선 국내외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2023.37대1에 달하는 경쟁률을 거둔 바 있다. 이는 매수 주문액으로 환산하면 1경5203조원에 달하는 수치다. 일정 기간 공모주를 보유하겠다고 약속한 기관 비중도 전체의 77%에 이르렀다.
다른 주관사단 관계자는 "관습적으로 기관들이 가급적 최대 물량을 받기 위해 자본금 이상으로 청약한다"며 "그런 허수 수요를 감안해도 1경원 수준의 매수 주문이 들어올 일은 앞으로 10년 동안 없을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청약 첫날부터 전례 없는 인기를 끌어모았다. 첫날 확보한 증거금은 32조6467억원. 지난해 5월과 2020년 각각 상장한 SKIET와 카카오게임즈의 첫날 증거금은 각각 22조1000억원, 16조4000억원이었다. 당시 두 회사 공모에서는 개인 한 명이 여러 증권사에 동시 청약하는 게 가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모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첫날 청약 계좌 역시 237만5301건으로 압도적인 수준이었다. 지난해 10월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페이 청약 건수까지 뛰어넘었다. 당시 카카오페이는 일반청약 물량을 100% 균등 방식으로 배정했다. 이른바 '국민주 전략'을 내세워 공모주를 마케팅했고 계좌 182만4364건을 확보한 바 있다.
10주 이상을 청약하며 비례 전략을 병
행한 개인은 증거금 2100만원당 1주씩 받게 된다. 1억원을 넣었다면 최대 5주(균등 1주·비례 4주)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청약에 참여한 개인들의 평균 증거금 규모는 2600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단위(150만원)로 청약한 투자자가 대부분이었으나 고액 자산가들이 뭉칫돈을 납입하며 평균치를 끌어올렸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