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이 전 세계 오피니언 리더 1만2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향후 2년간 전 세계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부채 위기'와 '자산 거품 붕괴'가 지목됐다. 두 가지 모두 코로나19와 저금리가 키워 온 리스크로, 금리 인상 등 금융 불균형 정상화 과정에서 금융·경제 위기를 일으킬 수 있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어 우려된다.
11일 다보스포럼은 124개국에서 정치·재계·학계 등 각 분야 리더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22 글로벌 리스크 리포트'를 발간했다. 응답자들은 향후 2년간 10대 리스크(중복 응답 허용)로 극심한 날씨(31.1%), 생계 위기(30.4%), 기후변화 대응 실패(27.5%), 사회 통합 훼손(27.5%), 감염병(26.4%), 정신건강 악화(26.1%), 사이버 보안 실패(19.5%), 부채 위기(19.3%), 디지털 불평등(18.2%), 자산 거품(14.2%) 등을 답했다. 주로 환경·사회 분야가 많았는데, 경제 부문만 보자면 부채 위기와 자산 거품이 꼽힌 셈이다.
자산 거품 붕괴는 주로 선진국, 부채 위기는 중·후진국에서 우려됐다.
미국 응답자들만을 대상으로 향후 2년간 미국의 최대 리스크를 물어보자 자산거품 붕괴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기후변화 대응 실패, 극심한 기상 이변, 부채 위기, 고용과 생계 위기 등이 뒤를 이었다. 자국의 최대 리스크로 자산 거품 붕괴를 꼽은 응답자의 국가는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스웨덴, 스위스, 홍콩,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등도 포함됐다. 대부분 선진국이다. 반면 부채 위기가 자국의 최대 리스크라고 응답한 국가는 체코, 파키스탄, 요르단, 태국 등으로 선진국은 없었다. 보고서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경제 대국에서 부동산, 주식, 펀드 등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 있으며, 부채 문제는 기업들의 연쇄 부도와 국가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 세계 리더들이 바라보는 세계 전망은 현재와 미래 모두 매우 어두웠다.
현재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 23.0%, 부정적 61.2%, 긍정적 12.1%, 낙관적 3.7%로 10명 중 8명이 어두웠다.
향후 3년간 전 세계 전망은 더 나빴다. 답변은 다중 충격으로 취약성 지속(41.8%), 새로운 변화에 따른 승자와 패자 간 갈등(37.4%), 세계 회복 가속(10.7%), 심화되는 재난적 상황(10.1%) 등이었다. 10명 중 9명의 전망이 부정적이었다.
향후 10년간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10대 리스크로는 환경과 사회적 문제가 주를 이뤘다. 기후변화 대응 실패, 극심한 날씨, 생물다양성 상실, 사회적 응집력 훼손, 생계 위기, 감염병, 인간 환경 파괴, 자연자원 위기, 부채 위기, 지리경제적 대결 순서로 꼽혔다.
그러나 정작 환경 부문에서 리스크에 대응하는 노력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68%가 대응 초기 단계라고 답했다. 대응이 자리를 잡았다거나 효과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1%, 2%에 지나지 않았다. 9%는 대응 시작도 못했다고 응답했다. 기술에 대한 대응 노력도 부족한 것으로 인식됐다. 인공지능(AI)의 대응 수준에 대해 대응 초기 단계(70%), 대응을 시작도 못한 상태(20%), 대응 확립(9%), 효과적 대응(1%)
사디아 자히디 WEF 사무국장은 "보건·경제적 붕괴가 사회적 균열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갈등을 일으키는 리스크가 어느 때보다 우려스러운 만큼 국제사회가 회복을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세계경제포럼 미디어 리더)][ⓒ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