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이번주 첫 거래일인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나스닥거래소 상장 100대 기술 우량주 주가를 집계하는 나스닥100지수가 직전 거래일 대비 0.14% 오른 1만5614.4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 초반 기술주가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다가 오후 장중 저점 매수세 유입으로 상승 반전한 결과다. 다만 나스닥100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인 3일 이후 5.38% 떨어졌다.
최근 미국 기술주 주가 하락세를 재촉한 건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 급등세다. 이날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78%에 거래를 마쳐 1.80% 선 돌파를 코앞에 뒀다. 해당 수익률은 지난 5일 1.70% 선을 돌파했는데,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70% 선을 넘어 거래를 마친 것은 지난해 4월 5일(1.73%) 이후 처음이다. 지난 5일은 연준이 '2021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을 공개한 날인데 회의록에서 FOMC 위원들이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후 처음으로 '대차대조표 축소'(양적 긴축·QT)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국채 수익률이 뛰고 기술주 주가가 떨어진 바 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시중 금리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데 해당 수익률이 오르면 기술주가 포진한 성장주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한편 10일 월가 대형 투자은행 JP모건을 이끄는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실물 경제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증시에 대해서는 변동장세를 경고했다.
이날 영상으로 열린 '제40회 JP모건 연례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다이먼 CEO는 "올해 미국 경제는 대공황 이후 수십 년 만에 최고의 성장을 이룰 것이며 내년 역시 꽤 괜찮을 것"이라면서 미국 소비 증가세가 실물 경제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미국 소비자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보다 소비를 25% 더 많이 하고 있으며 가계부채 상환 비율 측면에서도 대차대조표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이먼 CEO는 전날 골드만삭스와 마찬가지로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4차례 올릴 것으로 내다보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을 우려했다. 골드만삭스는 하루 전인 9일에 연준이 올해 금리를 총 4번 올릴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테이퍼링(자산 매입 규모 축소) 마무리 시점도 올해 12월보다 더 앞선 7월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과 인상 횟수는 기술주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정책 리스크다. '긴축의 시대'를 앞둔 투자자들은 기술주 매수 혹은 매도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월가에서는 기술주 투자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기술주 비관론을 보면 우선 기술주 고평가에 대한 경고가 눈에 띈다. 10일 레노어 호킨스 테마티카리서치 수석전략가는 "주가는 역대급 고평가 상황이며 그간 개인투자자들이 펀더멘털 분석 대신 우르르 몰려다니며 기술주 매수에 집중해왔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미국 가계 대차대조표 중 주식이 총 43조달러인데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 달하는 규모"라고 언급했다.
비관론의 또 다른 근거로는 연준 금리 인상에 따른 부채 부담과 실적 성장세 둔화 불안감이 꼽힌다.
반면 낙관론을 보면 저점 매수론이 우선 눈에 띈다. 이날 실비아 자블론스키 디파이언스 ETF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금리 인상 등 여러 리스크가 있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기술주를 매수할 기회"라면서 "주가가 떨어진 기술주 중 일부는 엄청난 현금과 수익을 창출해 낼 '해자(moat)'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같은 날 시마 샤 글로벌인베스터스 수석전략가도 "지금은 상당히 어려운 시기이지만 투자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대차대조표가 탄탄한 대형 기술주가 믿을 만하다"고 조언했다.
낙관론의 또 다른 근거는 올해 반도체 대란이 단계적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점과 기술 부문이 경제 성장의 중심축이라는 평가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선임 연구원은 "반도체 부족 대란이 올해 단계적으로 완화될 것이며 성장 흐름을 보면 오히려 2022년은 기술주에 매우 긍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클라우드 부문에서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기타 기술 가치주로 나이스시스템스 등을 새해 기대주로 꼽았다.
한편 기술주에 대한 월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서학개미 인기 종목' 테슬라에 우호적인 평가가 나와 투자 눈길을 끌었다.
이날 아이브스 선임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가 올해 40% 오를 수 있다"며 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하고 목표가를 1400달러로 제시하면서 최상의 경우에는 주가가 1800달러로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의 오스틴 공장이 조만간 전기차 '모델Y' 생산을 본격화할 것이며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테슬라의 올해 차량 생산 능력이 200만대가 될 것이라는 추산이 그 근거다.
같은 날 골드만삭스도 테슬라의 목표가를 높였다. 마크 딜레이니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전기차 시장 우위를 이유로 테슬라에 대해 '매수' 투자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125달러 대신 1200달러로 상향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주가는 전날보다 3.03% 올라 1주당 1058.1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첫 거래일 이후 회사 주가는 11.81%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