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오스템임플란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횡령사고가 시세조종(주가조작)과 관련이 있는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경찰에 검거된 이 회사 자금담당 이 모씨는 회사 자금 1880억원을 빼내 상장사 여러 곳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종목에서는 손실을 봤지만 다른 종목에서는 거액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스템임플란트 횡령금이 코스닥 종목 등에 투자되는 과정에서 주가조작 혐의가 없었는지 조사에 들어갔다. 지난 6일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사법 절차와 별개로 주식시장 교란 행위 문제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힌 대목과 일치한다. 고 위원장이 말한 교란 행위는 불공정 거래 여러 유형 중에서도 주가조작이나 허위·지연공시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회계법인(감사인)에 대한 감리는 오는 3월 감사보고서가 나온 뒤 착수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회사 자금 1880억원을 빼돌린 이씨는 지난해 10월 1일 동진쎄미켐 주식 392만주를 1429억원에 매수했다. 이씨가 주식을 매집한 전후로 '삼성이 동진쎄미켐을 인수할 수 있다'는 가짜뉴스가 시장에 퍼지면서 동진쎄미켐 주가는 이날 장중 29.89%(4만85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뉴스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날 동진쎄미켐은 3만2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2월 30일 지분변동 공시를 보면 이씨는 손실 317억원을 입었다.
동진쎄미켐 투자에서는 손실을 봤지만 이씨는 횡령 자금으로 여러 종목에 투자해 일부 종목에서 거액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이씨가 수익을 낸 종목에서 주가조작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가 허위·지연 공시한 것도 조사 대상이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5일 동진쎄미켐 주식 392만주를 취득했다고 공시하면서 자금 출처를 '투자수익'으로 기재했는데 명백한 허위 공시에 해당한다.
또 이씨는 지난해 11월 18일부터 12월 20일까지 동진쎄미켐 주식 55만주(1.07%)를 남기고 매도했다고 12월 30일 공시했는데 이는 지연 공시에 해당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5% 이상 지분을 취득하고 1% 이상 지분 변동이 있으면 5영업일 내에 공시해야 한다"며 "이씨는 12월 27일까지 지분 변동 공시를 했어야 하는데 3일 늦었다"고 지적했다. 이씨가 '5% 보고의무(5%룰)'를 위반한 것은 자본시장의 신뢰를 깨는 행위지만 처벌(과징금) 수위는 낮다. 지난해 12월 9일 개정된 자본시장법령 시행으로 평균 37만원에 불과했던 5%룰 위반 과징금이 평균 1500만원 수준으로 올라
한편 KB국민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은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펀드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신증권 등 증권사도 오스템임플란트가 편입된 펀드의 판매를 중단했다.
[문지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