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의 물적분할 등 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대선의 주요 공약으로까지 부상한 가운데 대기업 지주회사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제기돼 주목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실명 보고서를 통해 상장사들을 공개적으로 비판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3일 지주사 담당인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위원은 올해 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한국 증시의 부진은 경영자와 주주간 붕괴된 신뢰관계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최 연구위원은 "2021년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경영진과 이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이로운 의사 결정을 내리는 이슈가 비일비재했다"며 "약탈적 합병, 상장폐지, 물적분할 후 이어진 이중 상장 등은 올 한해 한국 주식 투자자를 괴롭혔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증시에선 향후 유망산업인 배터리자회사를 가진 LG화학의 LG엔솔 물적분할, SK이노베이션의 SK온 물적분할이 모회사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친다는 이유로 논란이 커졌다. 이들 뿐 아니라 지난달 27일엔 NHN이 클라우드사업을 자회사로 떼내면서 하루에 주가가 9.87%폭락하는 등 주주들을 분노하게 했다.
주주를 대신해 상장기업을 경영하는 경영진이 대주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주에게 피해를 입히는 의사결정을 단행하고 있고 이런 점이 국내 지주사는 물론이고 한국 증시가 할인돼 저평가 받는 이유란 설명이다. 지주회사의 순자산 가치가 평균 60% 할인받고 있으며,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65% 수준에서 거래되는 점을 예로 들었다.
최 연구위원은 상장사의 주요사업부문이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적분할 그 자체로는 주주가치에 해를 입히지 않는다"며 "한국에서 물적분할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물적분할의 목적이 오로지 기업공개(IPO)를 통한 신규 사업 자금조달에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해외의 경우 물적분할이 구조조정의 목적이 크며 기업공개시 신주모집보다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아 자회사가 아닌 모회사로 현금이 유입된다고 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소프트뱅크(Softbank Group Corp.)가 자회사(Softbank Corp.)를 물적분할한 사례를 들었다. 국내의 경우 신주모집 비중이 높아 자회사로 현금이 유입되고 있어 모회사 주주의 권리가 배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도 공정의 가치가 주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상을 투자자들은 더 이상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며 "투자자들에게 '한국주식' 외에 '해외주식' 뿐만 아니라 '코인'도 하나의 (투자)대안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사회에서 전방위적으로 확산된 공정의 가치가 주식시장에서도 보편 타당한 개념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으며 국내 투자자들이 더이상 대주주가 임명한 경영진의 불확실한 선의에 기대는 대신 다른 자산으로 떠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 연구위원은 최대주주나 경영진이 소액주주에게 보내는 신뢰의 정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지주사 주가의 상승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상장사 경영진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연구위원은 지배구조 이슈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야한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는 재계 순위 발표시 자산총액 외에도 시가총액 순위를 반영해야 한다"며 "차기 행정부에서는 상법 개정을 적극적인 논의의 장으로 꼴고 나와야한다"고 말했다. 자산 총
[강봉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