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적분할 집중분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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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은 일반투자자(개미)들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본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특히 물적분할 후 재상장을 하면 기존 모기업 주주는 신생 기업의 주식을 전혀 받지 못하는 것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발표한 자본시장 선진화 공약에서 신사업 물적분할 후 상장 시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의 신주인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증권시장 공약을 내놓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역시 물적분할 시 모회사 주주의 피해를 막기 위해 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것과 관련된 규정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망 자회사의 물적분할 후 상장은 외국에서는 흔하지 않은 사례다. 기존 기업 주가가 크게 하락하기 때문에 금융감독기관의 허가를 받기 힘들고, 기존 기업의 소액주주들로부터 대규모 집단소송을 당할 위험도 있다. 일례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유튜브 등 수많은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상장사는 지주사인 알파벳뿐이다.
미국·유럽 기업들은 기업 분할을 할 때 주주총회 의결을 위해 분할의 취지, 효과, 관련 위험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공시한다.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특별위원회의 자문, 권고의 영향력도 상당하다. 실제 2017년 페이스북 또한 특별위의 자문, 권고에 따라 주식 분할이 무산된 바 있다.
설령 기업 분할을 하더라도 대체로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지급하거나 현금 보상을 한다. 올해 자회사를 분할해 상장시킨 미국·유럽 기업들은 모두 인적분할 방식을 택했다. 지난 10일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회사인 다임러는 트럭사업부 다임러트럭을 분할해 독일 증시에 상장시켰다. 다임러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모회사 지분율에 따라 받았다.
미국 기업들의 경우 신규 주식을 받지 못하는 기존 주주에게는 현금 보상까지 해줬다. 머크는 바이오시밀러 사업부를 인적분할하면서 보통주 10주당 신주 1주를 지급했다. 10주 미만을 보유한 투자자에게는 현금 보상을 해줬다. IBM도 인프라서비스 사업부를 분할하면서 5주당 1주 지급 방식을 택했고, 5주 미만을 보유한 기존 주주에게는 현금 보상을 해줬다.
국내에서 유독 물적분할이 선호되는 것은 기업 오너 등 대주주가 주가 차익에 따른 손해보다 의결권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물적분할은 자회사 지분을 기존 주주와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주주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대주주는 물적분할로 기업 지배력을 높이는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주가 하락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지난해부터 물적분할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분할 계획을 밝힌 뒤 단기적으로 주가 흐름은 좋지 않았다.
2차전지(배터리) 사업 기대감에 지난해부터 주가가 급등한 LG화학, SK이노베이션은 분할 발표 직후 각각 주가가 6.11%, 8.80% 하락했다. 자율주행 사업 분할을 선언한 만도는 주가가 11.17% 떨어졌다. 최근에도 NHN(-9.87%), CJ ENM(-5.54%) 등 물적분할을 발표한 상장사의 주가 하락이 이어졌다.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0월 배터리 사업부문을 분할해 만든 자회사 SK온의 상장도 최근 물적분할 비판 움직임에 주춤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상장에 앞서 대규모 투자 유치를 추진해 왔다. SK이노베이션은 24일 코스피 시장 공시에서 "재무 건전성 확보 및 신규 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익의 배당은 금전, 주식 및 기타의 재산으로 할 수 있는 조항 신설 등 일부 정관을 개정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SK온이 기업 가치를 확실히 인정받을 때까지 기업공개(IPO)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으며, 업계에서도 예상 시기를 적어도 2024년 이후로 보고 있다.
이상훈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물적분할과 지주사 디스카운트' 논문을 통해 "물적분할이 가져다주는 지배주주의 핵심 이익은 지배권 유지와 강화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며 "그것이 일반 주주에겐 분할 사업에 대한 접근권, 관리권, 처분권을 지배주주에게 박탈당하는 손해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또 "일반주주에게 어떠한 반대급부가 제공되는지 충분한 설득과 보상을 통해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물적분할 선택은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적분할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은 집단소송도 검토하고 있다. 한 소액주주 단체 대표는 "대주주 등 오너가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통해 소액주주의 피해를 바탕으로 큰 이익을 얻고 있다"며 "이는 주주 평등권 침해로 볼 수 있어 소액주주들 사이에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쪼개기 상장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힌 수 없지만 개선 방안을 금융위원회와 논의 중이다"고 밝혔다. 국회에서도 기업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을
[김제관 기자 / 문지웅 기자 /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