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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N타워에서 내려다 본 서울 모습 [매경DB] |
인센티브를 통해 집주인의 자발적인 계약갱신을 유도하겠다는 복안인데 시장이나 업계 전문가들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의 1가구 1주택자에 한정하는 등 임대차 시장을 움직이는 다주택자에 대한 내용이 빠진 땜질식 처방이라고 지적한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2022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상생임대인 제도를 발표했다. 새롭게 도입된 '상생임대인'은 신규·갱신 임대계약 시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한 임대인을 말한다. 정부는 상생임대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적용을 받기 위한 1년 실거주 인정 혜택을 부여해주기로 했다.
현행법상 1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을 팔 때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기 위해선 2년 실거주해야 한다. 상생임대인 제도를 통해 기존에 1년 정도 거주했다가 이사한 뒤 전세를 놓은 1주택자는 양도세를 절감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 셈이다.
정부의 상생임대인 제도 도입은 내년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임차인들의 계약만료로 전세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새 임대차법은 내년 7월 말 2년 차를 맞이한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소멸된 전세물건이 시세에 맞춰 나올 경우 전셋값 급등 등 시장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임대인을 위한 인센티브를 내놓은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조건이 제한적인 만큼 전세시장 안정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상생임차인의 적용 대상은 1가구 1주택자로서 임대를 시작할 당시 보유주택의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이고, 1년 6개월 이상 주택을 임대한 집주인들이다. 다만 주택 매수 후 신규로 체결한 임대차 계약이나 주택 매수 시 승계 받은 임대차 계약은 이번 제도에서 제외됐다. 적용 시점도 이달 20일부터 내년 12월31일까지 한시적이다.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쓴 집주인의 경우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이번 방안은 공시가격 9억원 이하가 많은 서울 강북권이나 경기, 인천 지역들에 혜택이 제한될 것"이라며 "웬만한 중소형 아파트조차 공시가격이 9억원을 훌쩍 넘는 강남권은 혜택을 기대 조차 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고가주택으로 분류되는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한 공동주택수는 올해 약 52만 가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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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잠실에 있는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양도소득세 상담 관련 문구가 붙어있다. [매경DB] |
외지인 투자로 올해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한 비조정지역의 경우 애초 '2년 실거주' 요건을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이번 보완책에 따른 임대료 억제 효과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아파트 실거래 정보 아실에 따르면 최근 3개월 갭투자 매매거래 증가지역 2위는 강원도 원주(158건)다. 작년 7월 이후 원주 전세가격은 6.60% 올라 전국 상승률을 밑돌지만 갭투자가 활발했던 최근 3개월 전세가격 상승률(1.27%)은 강북(1.09%), 강남구(0.95%) 등 서울 일부 지역보다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민주거안정 목적으로 시행한 계약갱신청구권이 오히려 전셋값 급등으로 이어지고, 4년 뒤 전셋값을 감당 못 한 세입자들이 내쫓기는 상황이 예상되자 정부가 '당근'을 주고 집주인에게 전셋값을 올리지 말라고 사정하는 형국"이라며 "이미 전월세 매물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실효성을 기대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카페에는 이에 대해 "임대료를 5% 이내로 올리는 게 양도세 비과세 요건과 무슨 관계가 있다고 실거주를 인정해준다는 것이냐"는 비판의 글이 올라왔다.
정책이 급선회하면서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자신을 임대인이라고 소개한 어떤 이는 "한 달 전에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 2년 계약하고 임대료도 5%만 올렸는데 그럼 내후년에 재계약이 돌아오는 집주인은 적용을 못 받는 것이냐"며 "한 달 전과 한 달 후가 무슨 차이가 있는데 차별을 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주택자의 주택에 임대형식으로 주거하던 자녀가 1주택을 증여받은 뒤 양도세 부담 없이 자산을 매각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1주택을 증여받으면 5년간 양도세 중과가 적용되지만, 해당 제도까지 유예하면 다주택자의 주택처분에 유용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을 본인 집에 거주하다 직장, 학교 등의 사유로 2년 실거주를 채우지 못한 1주택자 정도만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은 "임대차 시장의 대부분의 주택을 다주택자가 공급하고 있어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면서 "오히려 이미 갱신계약을 마친 임대인들 사이에서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등 대선을 앞두고 내놓는 포퓰리즘 정책들이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사실상 임대차 시장을 움직이는 다주택자들에게도 적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심교언 건국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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