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 모씨는 은행 사업자대출을 이용해 최근 2주택자가 됐다. 임대업으로 사업자등록증을 내고, 이미 보유 중인 아파트를 담보로 3억7500만원 대출을 받아냈다. 이씨는 "은행에 방문하기 전에는 대출이 많이 안 나올까 봐 걱정했는데,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95%까지 나와 다행"이라고 전했다.
은행권 개인사업자대출이 취지와 맞지 않게 마구잡이로 나가면서 부동산·주식 등의 '빚투'로 쓰여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개인사업자대출은 말 그대로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사람이 사업을 운영하거나 확대할 때 은행이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가계대출이 아닌 기업대출에 속해 있다. 올 들어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같은 가계대출을 옥죄자 사업자등록증을 핑계로 개인사업자대출을 받아 사업 목적과 무관한 투자에 이용하는 각종 편법이 난무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당국 가계대출 규제→시중은행 사업자대출 급증→저축은행 사업자대출 증가'로 풍선효과가 가속화하고 있다.
24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12월 21일 기준)과 SBI·OK·웰컴·페퍼 등 4대 저축은행(올 6월 말 기준) 합산 개인사업자대출은 302조5374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이 300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으로, 작년 말(273조4711억원)보다 10.6%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당국 규제를 받은 이들 9대 은행 가계대출은 5.9% 늘어난 724조8801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사업자대출 증가율이 가계대출보다 2배가량 높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개인사업자대출은 사실상 가계대출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은행들이 당국을 대신해 사용 목적을 점검하기는 하지만 다 걸러낼 수도 없고, 그랬다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고 전했다.
개인사업자대출이 편법적으로 활용되는 이유로 우선 개인사업자등록증을 받기 쉽다는 점이 꼽힌다. 사업자가 세무서를 방문해 주민등록 등 개인 정보와 사업 종류 등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면 5분 내로도 등록증을 만들 수 있다.
시중은행 감시를 피하기도 쉽다. 시중은행들은 각종 비용 부담으로 1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대출은 별다른 증빙 없이 내주고 있다.
더 많은 돈을 쉽게 대출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저축은행으로 몰려가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개인사업자대출 중 물적담보대출의 경우 서울 등 투기지역 아파트는 대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저축은행 등 2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제약이 없다. 물적담보대출은 대출 희망자의 부동산이나 동산 등을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상품이다. 결국 수억 원의 뭉칫돈을 대출받기 위해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저축은행 개인사업자대출을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계대출의 LTV는 시중은행 40%, 저축은행 50%에 그치는 반면 저축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LTV는 최대 95%까지 올라간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LTV 한도까지 받은 후 사업자금 용도로 나머지 10~15%를 저축은행에서 받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꼼수 대출'은 포털사이트 부동산 카페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사업자등록증 받는 방법, '빚투'로 아파트를 산 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 대출을 통해 수개월 동안 버티는 방법 등이 상세히 나와 있다. 하지만 P2P 대출은 일반 은행권 대출보다 금리가 훨씬 높은 데다 수수료 등 별도 비용이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어떻게든 돈을 빌리거나 투자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금융권의 모든 대출을 활용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자영업자나 개인사업자의 대출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금융당국, 수익성 극대화를 위해 비대면으로 빠르게 전환하다 보니 사업자대출 점검을 소홀히 하고 있는 은행권이 합세해 금융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개인사업자대출의 편법적인 활용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이 같은 사례에 대해 "기업대출을 당초 취지와 다르게 활용할 경우 당국이나 금융회사가 조사를 통해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개인사업자대출 용도 외 목적으로 대출금을 쓴다면 대출금 회수와 같은 사후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금융권은 자영업자의 생활 자금 용도와 투자 목적 대출을 정확하게 걸러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특히 최근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뛰고 있어 폭증한 개인사업자대출이 금
[문일호 기자 /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