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 장릉 인근 인천 검단 아파트 불법 건축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경기 김포시 장릉(사적 제202호)에서 문제의 검단 신도시 아파트가 보이고 있다. [매경DB] |
24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아파트 시공사인 대방건설이 전날 현상변경 허가 신청을 철회했다. 또 다른 건설사인 대광이엔씨(시공 대광건영)와 제이에스글로벌(시공 금성백조)은 이보다 앞선 지난 8일 심의 요청을 철회한 바 있다. 이번에 대방건설까지 노선을 달리 해 문화재위원회 심의는 완전히 무산됐다.
현상변경은 문화재와 주변 환경의 현재 상태를 바꾸는 행위로 국가지정문화재는 문화재위원회에서 심의한다. 문화재위원회는 지난 9일 대방건설 측에 일부 아파트의 높이를 낮춘 새로운 개선안 마련을 위해 지난 23일까지 서류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김포 장릉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이다. 인조 아버지인 추존왕 원종과 부인 인헌왕후가 묻힌 무덤이다. 세 건설사는 주변에 아파트 44동을 세우고 있으며, 문화재청은 그중 19개 동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에 있어 문화재위 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8월부터 심의를 진행해왔다.
문화재청과 세 건설사는 현재 공사 중지 여부를 두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청은 사전 심의를 받지 않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보고 있다. 법원은 건설사들이 낸 공사중지명령 집행정지 신청 사건 1심에서 대광이엔씨와 제이에스글로벌의 12개 동은 공사 중지 대상으로 판단했으나, 장릉에서 상대적으로 먼 대방건설 7개 동은 공사를 허용했다. 하지만 2심에서는 모두 건설사의 손을 들어줬고, 문화재청은 대법원에 재항고했다.
건설사들은 2014년 아파트 용지를 매각한 인천도시공사가 김포시청에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외벽 색상과 디자인을 교체하는 수준에서 허가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위원회는 건물 높이를 조정하지 않은 개선안으로는 김포 장릉의 가치가 유지될 수 없다고 봤다. 실제로 김포 장릉을 포함한 조선왕릉은 세계유산 심사 당시 자연 친화의 독특한 장묘 전통과 능원조영(陵園造營) 등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제이에스글로벌과 대광이엔씨는 공사 중지 여부와는 별개로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아파트들이 문화재위원회 현상변경 심의 대상인지를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제이에스글로벌 시공사인 금성백조 측은 심의 철회 당시 "이번 사안이 현상변경 심의 대상인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고 말했다.
건설사들과 인천 서구청은 토지에 대한 현상변경 허가를 받으면 건물 신축 시 별도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문화재청은 토지와 건물의 현상변경 절차는 각각 거쳐야 한다고 보고 있다. 토지와 건물의 현상변경 절차는 별개라는 것이다.
조선왕릉의 세계유산 지위 유지와 김포 장릉의 역사문화환경 보호에 집중할 방침이다. 유네스코는 훼손이 우려되는 세계유산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잃었다고 판단하면 세계유산 자격을 박탈한다. 2012년 '위험에 처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영국 리버풀 항구는 올해 세계유산 자격을 상실했다.
한편, '검단 대방디에트르 더힐'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지난 17일 직무유기 혐의로 인천 서부경찰서에 전·현직 문화재청장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김현모 현 문화재청장과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이 피고발인이다. 입주예정자들이 문화재청에 공식적으로 책임 소재를 묻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입주예정자협의회는 전·현직 문화재청장이 직무상 의무를 유기했다고 주장한다. 문화재청은 2017년 1월 문화재청고시를 통해 김포 장릉 국가지정문화재 12개소의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내 건축행위 등에 관한 허용기준 변경 고시를 했는데, 이를 관계 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 등에 알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입주예정자들은 또 문화재청에 대해 '국민감사'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감사는 일반 국민이 감사 실시를 요청하면 감사원 직원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감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고, 감사원이 감사에 착수해 그 결과를 청구인에게 통보하는 제도다.
대방디에트르 입주예정자협의회장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항에 대해서는 감사 요청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아 결국 경찰 고발을 하게됐다"며 "경찰 수사를 토해 직무상 의무가 있는데도 인천 서구청 등에 알리지 않은 문화재청의 직무유기가 낱낱이 밝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 고발에 나선 입주예정자들과 달리 문화재청은 그동안 행정 행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