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어 부산·대구…보유세 40% 뛴 단독주택 속출

◆ 혼돈의 부동산 시장 ◆

서울 종로구에 한옥 주택을 보유한 이 모씨(85)는 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소식에 밤잠을 설친다. 2년 전까지만 해도 400만원 언저리였던 보유세가 올해 2000만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모친에게 상속받은 또 다른 주택이 있어 보유세 부담이 날로 커져가는 상황이다.
23일 국토교통부가 '2021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하면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게 의뢰해 2022년 단독주택 1주택자의 보유세를 계산한 결과 내년 보유세 부담이 올해 대비 40% 이상 늘어나는 경우가 속출했다. 시뮬레이션은 만 59세, 5년 미만의 보유자로 종부세 세액공제 혜택이 없는 경우를 가정했고, 보유세는 종부세, 재산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을 모두 합한 것이다.
올해 공시가격이 15억5600만원인 서울 종로구 구기동 2층 단독주택은 내년 공시가가 올해보다 17.5% 높은 18억2800만원으로 산정됐다. 722만원이었던 올해 보유세는 내년 1041만원으로 44.2%가 오를 전망이다. 강남구 삼성동 2층 단독주택 역시 공시가격이 17억1300만원에서 19억4000만원으로 13.3% 뛰었는데, 보유세는 881만원에서 1254만원으로 42.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세 부담이 크게 증가한 곳은 서울뿐만이 아니다. 대구와 부산 등 지방광역시 일부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40%대 보유세 증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공시가격이 11억원 미만으로 종부세 고지서를 받지 않았던 대구 수성구 만촌동 4층 다가구주택은 내년 공시가격이 14억1900만원으로 올해(10억4100만원) 대비 36.3% 증가했다. 대구 지역 표준단독주택의 내년 평균 공시가격 인상률 7.53%의 5배에 육박하는 상승률이다. 이 주택은 내년 보유세 추정액이 450만원으로 올해 301만원 대비 49.5%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의 2층 다가구주택 역시 내년 공시가격(15억9300만원)이 올해 대비 13.3% 올랐는데, 보유세는 551만원에서 776만원으로 40.8% 증가했다.
공시가격 50억원 이상 고가 단독주택의 경우 수억 원에 달하는 보유세가 예상된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2층 단독주택은 내년 공시가격이 100억9000만원으로 올해 94억5200만원 대비 6.75% 뛰었다. 이 주택의 보유세는 올해 1억7566만원에서 2억286만원으로 2720만원(15.5%) 증가할 전망이다. 수도권 단독주택 역시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유세 부담이 예상된다. 성남시 분당구 소재 2층 단독주택은 내년 공시가격이 31억3600만원으로 올해 28억1600만원 대비 11.36% 오른다. 보유세 부담은 올해 2696만원에서 3478만원으로 29.0%가량 증가할 전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내년 재산세 부담을 줄여주겠다고는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정 혹은 폐지하지 않으면 결국은 조삼모사가 될 것으로 본다"며 "집값과 상관없이 공시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에서는 일시적으로 부담이 완화되더라도 후년, 내후년에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데 대한 주택 소유자들의 불안이 계속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