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며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낮아지자 집을 살 만큼 자금 여력이 있는 고소득자들이 전세대출을 받는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저금리 상황을 이용해 전세를 살면서 재산을 굴리는 재테크 수단으로 전세대출을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통과된 임대차2법으로 인해 전셋값이 폭등한 것도 고소득자의 전세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23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 소득이 3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자 중 올해 1~8월 6개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SC제일·씨티)에서 전세대출을 받은 계좌당 평균 잔액은 3억3102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년 전인 2017년 말(2억6852만원)과 비교하면 23.2% 증가한 수치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달 발간한 '2021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원 넘게 보유한 400명 중 34.5%는 부자의 최소 연 소득 기준을 3억원으로 꼽았다.
고소득자들의 전세대출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연 소득 3억원 초과자가 전세대출을 받은 건수는 지난해 429건으로 2017년(197건)과 비교해 2배 넘게 늘어났다. 올해 1~8월 실행된 전세대출 건수는 245건으로 조사됐다.
고소득자의 전세대출 증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며 전세대출에 대한 이자 부담이 줄어든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꼽힌다. 전세대출의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2019년 말 1.6%에서 작년 8월엔 0.8%(신규취급액 COFIX 기준)까지 절반으로 떨어졌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 하단도 1%대로 낮아지며 고소득자의 대출 수요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전셋값 폭등도 고소득자 전세대출 을 증가시킨 요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1841만원으로 전년(4억8214만원) 대비 7.5% 상승했다. 은행 관계자는 "임대차법 영향으로 전셋값이 올라 계좌당 평균 전세대출 잔액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전세대출 수요가 늘어나며 가계부채가 불어나자 고액 전세대출에 대한 규제를 검토했지만 이번 가계부채 대책에서는 제외됐다. 세입자가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때는 보증기관에서 대출금의 90%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고가 전세에 대한 규제는 향후 가계부채 증가 추이에 따라 지속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