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 LG트윈타워.[사진제공 = 매경DB] |
최근 LG화학을 비롯해 물적 분할을 단행한 기업들의 소액주주 사이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 등의 이유로 이른바 '알짜 사업부문'을 떼내면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는 것이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화학은 전일 대비 1만7000원(2.65%) 내린 62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62만20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갈아 치웠다.
LG화학의 주가는 끝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지난 20일 65만600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한 데 이어 벌써 3거래일 째 신저가를 새로 쓰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지난 20일과 21일 LG화학을 1868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 기간 순매수 1위 종목에 올랐다.
문제는 LG화학의 주가가 본격 하락세를 걷기 시작한 지난 10일부터 개인투자자 나홀로 LG화학 순매수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기간 순매수액만 해도 4325억원으로 역시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이다. 반면 기관은 LG화학을 2411억원어치, 외국인인 2019억원어치 팔아치웠다. 같은 기간 LG화학은 기관 순매도 1위, 외국인 순매도 2위 종목에 올랐다.
LG에너지솔루션의 증시 상장이 가까워지면서 LG화학의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가 물적 분할해 설립된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1월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LG화학의 기존 주주들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소식에 반발이 심했다. 그동안 LG화학의 주가 상승을 견인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것이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비단 LG화학의 일 만은 아니다. 상장사들이 알짜 사업부를 떼내는 물적분할을 단행한다는 소식에 관련 기업의 주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물적분할 자체는 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 평가가 좀 더 명확하게 구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 하지만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경우 모회사의 지분가치가 훼손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앞서 CJ ENM은 지난달 19일 공시를 통해 단순 물적 분할 방식으로 예능,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의 주요 제작 기능을 분할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시 이후 주가는 18만4800원에서 13만1400원으로 하락했다. 한화솔루션도 지난 9월 첨단소재부문 분할설이 불거진 지난 9월 이후 주가가 18% 가량 빠졌다.
지난 10일 이사회를 통해 물적 분할 안건을 의결한 포스코의 경우에도 주주들의 반발이 큰 상황이다. 포스코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를 상장사로 유지하고,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를 물적 분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포스코 측에서는 "선진 지배구조 모델을 위해 지주회사 단일 상장체제를 유지하고 철강자회사는 비상장으로 유지한다"고 밝혔으나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여전히 신설법인 포스코가 분할 후 상장되는 경우를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POSCO의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 분할 시도를 막아달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과정을 거친 기업들의 주가가 흘러내리고 있어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회사에서 물적분할 결정을 내릴 때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전체 그룹의 입장에서 판단했나, 주주를 대변하는 대리인으로서 판단했나 묻는다면 결과론적으로 전체 그룹의 입장에서 결정을
최 연구원은 "회사의 경영진이나 이사회는 주주들의 권리를 위임받아 회사 경영을 통해 주식 가치를 올리도록 암묵적인 계약을 맺은 것"이라며 "물적분할 후 상장하겠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떤 영향이 있을 지 주주들과 소통하고,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