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학개미 투자 길잡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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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형 할인매장 코스트코가 미국 유통업계 지형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100% 회원제를 통해 충성고객에게 대량 판매를 원칙으로 하는 코스트코의 차별화 전략이 코로나19 시대에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다.
코스트코의 지난 1분기(9~11월) 매출은 503억6000만달러(약 59조7269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16.55% 증가한 것이다.
이 같은 호실적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코스트코 주가는 545.43달러로 연초 대비 165.28달러 상승했다. 올해 개장일에 380.15달러로 마감했던 주가가 1년 만에 43.5%나 오른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 유통업계 1위 업체 월마트 주가가 4.7% 하락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많은 가게와 식당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생필품 공급 등을 이유로 코스트코는 예외적으로 문을 열었다. 코로나19가 얼마나 길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많은 사람이 코스트코에 가입했고 평소보다 더 많은 물품을 여유 있게 구입했다. 덕분에 코스트코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명의 회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현재 미국에서만 약 6200만명, 전 세계적으로 약 1억13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코스트코는 4000여 개 물품을 엄선해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회원들에게 제공한다. 수만~수십만 개 물건을 판매하는 대신 코스트코는 선택과 집중, 그리고 가격 경쟁력을 택했다.
세계적 공급 대란으로 많은 곳이 제품 제공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코스트코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판매 제품군이 제한적인 대신 철저한 재고 관리와 물류 시스템 운용을 통해 재고 부족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고객만족에 집중한 서비스는 회원들 충성도를 더욱 높였다. 이번 분기 성과 발표에서 확인된 멤버십(회원제) 갱신율은 91.6%를 기록했다.
특히 연간 최소 60달러의 가입비를 낸 회원들은 더 많은 소비를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른바 회원제의 소비 역설이다. 더 저렴한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입을 했지만 결국 더 자주,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 것이다.
코스트코 약진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국에 16개 매장을 보유한 코스트코 코리아는 지난달 17일 2021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연간 매출이 5조352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8.3% 증가한 수치로 코스트코 코리아가 매출 5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24.3% 증가한 1775억원이었다. 이 또한 유료 회원을 대상으로 한정된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충성 고객 확보 전략이 유효했음을 입증하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의 가장 큰 화두인 인플레이션 문제 역시 코스트코에는 큰 위기로 여겨지지 않는다. 코스트코는 생산자, 중간 공급자와의 가격 협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가격이 전가되는 효과를 최소화하고 있다. 한 코스트코 관계자는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주문을 미리미리 넣어둬 공급 지연과 제품 가격 상승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약 230만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월마트에 비해 20만명가량이 근무하는 코스트코는 인건비 압박 역시 상대적으로 덜하다.
물론 과제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의 불확실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영역을 비롯해 구독경제가 활성화되며 비용 부담이 커진 소비자들이 불필요하고 덜 중요한 구독을 줄이기 시작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재 구독 비용만으로 월 수백 달러씩 쓰는 가정도 흔하게 볼 수 있다"며 "편리함과 혜택을 많이 주는 서비스일지라도 그 효용 한계를 벗어날 경우 소비자들은 결국 취사선택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트코는 유통업계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는 짐 시너걸이 창업했다. 그는 회원제 할인점 프라이스클럽에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1983년 750만달러의 자본금으로 워싱턴주 커클랜드에서 코스트코 1호점을 열었다. 코스
첫 점포를 연 지 6년 만에 매출 30억달러를 달성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팔랐으며 결국 1993년 프라이스클럽을 인수하며 미국 내 회원제 유통업계를 평정했다. 2021년 포천 선정 세계 기업 27위, 미국 기업 12위를 차지했다.
[뉴욕 = 추동훈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