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시가격 관련 제도개선 당정 협의 [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다만,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자체는 건드리지 않기로 한 만큼, 예정대로 내년도 공시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당정이 정책방향을 일부 수정한 것은 긍정적이나, 임시조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국토부는 오는 23일 표준 단독주택 23만여가구 공시가격 예정가 열람을 시작으로 내년도(1월 1일자) 부동산 공시가격을 속속 공개한다고 20일 밝혔다. 3월부터 공동주택 공시가격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토지 공시지가 등도 차례로 발표한다.
여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민주당)가 이날 정부에 보유세 인하 방안 마련을 주문한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공시가격 상승이 예정된 데 따른 것이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는 물론 건강보험료, 기초수급 대상자 선정 등 60여가지 행정목적으로 활용돼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친다. 23일 공개를 앞두고 있는 단독주택의 경우 올해 집값이 크게 뛴 데다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까지 상향 조정되면서 올해 집값 상승분을 뛰어넘는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1월 단독주택 매매가 상승률은 전국 2.90%, 서울이 4.36%로 이는 지난해 상승률(2.50%, 4.16%)을 넘어선 수치다. 여기에 내년도 현실화율은 평균 58.1%로 올해 현실화율(55.8%)보다 평균 2.3%포인트 상향된다.
내년 3월 공개될 아파트·연립·빌라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올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전국의 아파트값은 13.73% 올라 작년 한 해 상승률(7.57%)을 2배 가까이 상회하고 있다. 서울(7.76%)과 경기(22.09%)·인천(23.87%) 등 수도권은 물론, 부산(14.02%)·대전(14.44%) 등 지방 광역시 아파트값도 치솟으면서 지방의 공시가격도 큰 폭으로 뛸 전망이다.
주택 및 부동산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수도권 아파트 공시가격 상승률은 20∼30%에 달한다.
당정이 이날부터 보유세 인하 방안 마련에 착수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내년 3월께나 돼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공시가격 발표와 여러 관계 부처간 분석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할 경우 여기에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제로베이스에서 관계부처들이 함께 여러 대안을 검토해보자는 단계"라며 "내년 1, 2월은 돼야 공동주택 관련 통계가 나오니 효과 분석 등을 거쳐 내년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 전에 세부안이 확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3월 초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세부 방향성만큼은 앞당겨 공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보유세를 동결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올해 공시가격을 내년도 세금에 적용하면서 세금이 전년도 수준을 넘지 않게 세부담 상한을 100%로 제한하는 것이다. 현재 재산세 세부담 상한은 전년도 세액의 105∼130%, 종부세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친 세액이 1주택자의 경우 150%, 다주택자는 30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전문가들의 입을 모은다. 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올해 95%, 내년에는 100%로 상향조정된다. 만약 내년도 종부세를 95%로 동결한다고 가정해도 올해 세부담 상한에 걸려 보유세를 덜 낸 사람은 올해와 동일한 공시가격 조건 하에서도 세금 이연효과로 인해 내년 보유세가 늘어나게 된다.
전문가들은 세부담 상한 조절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대선 정국에서 내년 보유세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한다고 하더라도, 내년 이후 보유세는 더 급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미 내년도 공시가격 급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집값이 계속 뛴다면 2023년에는 2년 연속 상승한 공시가격으로 보유세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 공시가격 로드맵상 현실화율은 매년 상향 조정돼 그해 집값이 보합이나 하향 조정되더라도 현실화율 상향에 따라 공시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여당이 대선을 앞두고 표심을 노린 '일회성' 세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그동안 공약을 통해 조세 강화에 초점을 맞춰온 것과 당정이 이번에도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 등을 고려하면 선거 전 한시적으로 세금을 낮추되 추후 큰 폭으로 올리는 '눈 가리고 아웅'식의 제도개편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강북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고 있는 시민 모습 [매경DB] |
시장에서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책방향을 일부 수정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시적 조치라는 한계가 있다"며 "임시조치를 했다면 장기방향에 대한 논의는 물론, 계속 집값이 오를 경우를 가정해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내용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도 "국민들의 세부담이 완만하게 늘어나도록 하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이라도 규제를 일부 완화해 조세부담을 줄이고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맞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만, "기존 정부 정책에 따라 미리 집을 매도한 사람만 바보가 됐다"는 반발도 적지 않다.
당정이 보유세 동결 협의에 나서면서 일단 부동산 시장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아파트 등 수도권 주택시장은 여야 대선 후보들의 경쟁적인 양도세·보유세 인하 공약으로 인해 매수세는 물론 매도자들도 일제히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이미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보유세 부담이 예상보다 줄어들면 매도 압박도 감소할 수밖에 없다"며 "다주택자에 대한 한시적 양도세 감면 논의로 매도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는데
아울러 여당이 다주택자 양도세 한시 감면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보유세까지 같이 동결할 경우 양도세 감면에 따른 매물 증가와 가격 인하 효과가 퇴색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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