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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 산정 체계를 살펴보겠다고 압박하자 은행들이 과도하게 예금 금리를 올렸고 시차를 두고 이를 대출 금리에 반영하면서 대출 금리가 급등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주택대출의 75%를 차지하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대를 돌파해 6%대를 넘보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17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들의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84~5.06%로 집계됐다. 9월 말 2.78~4.53%에 비하면 금리 하단이 1%포인트 가까이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대출 금리가 상승한 것은 시중은행들이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한 달 새 0.26%포인트 올랐기 때문이다. 상승 폭은 2010년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치다.
코픽스는 NH농협·신한·우리·SC제일·하나·IBK기업·KB국민·한국씨티은행 등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금리를 말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을 통한 조달금리가 인상 또는 인하될 때 이를 반영해 움직인다. 코픽스가 떨어지면 그만큼 은행이 적은 이자 비용을 주고 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고, 코픽스가 오르면 그 반대로 해석된다.
11월 코픽스가 사상 최대 폭으로 오른 이유는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예·적금 등 수신상품 금리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코픽스 상승으로 이어지고 은행들의 조달 비용이 증가해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시중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중을 살펴보면 예·적금 등 수신상품이 70~80%, 은행채 발행 등 시장성 조달이 20~30%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실세금리보다 은행 예금 금리가 과도하게 오르면서 결국 대출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은행채 금리는 11월 한 달간 0.1~0.2%포인트 사이에서 움직였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후 예금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까지 높였다.
최근 은행들의 예대마진(예금 금리와 대출 금리 차)이 높아졌다는 소비자들 불만이 커진 데다 금융당국이 여·수신 금리 산정 체계를 점검하겠다고 나선 데 따른 영향이다. 시중은행들은 이례적으로 한국은행 의 기준금리 인상 발표 다음날부터 예·적금 금리를 높였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최대 0.4%
은행권 관계자는 "여론과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등에 떠밀려 예·적금 금리를 대폭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예금 금리의 과도한 상승이 한 달도 안 돼 대출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12월 코픽스도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어서 이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김혜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