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상 아이온큐 공동창업자 겸 듀크대 교수가 지난해 9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1회 세계지식포럼 행사에 참여해 양자컴퓨팅의 미래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매경DB] |
2015년 설립된 아이온큐는 양자컴퓨팅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상장사가 됐다. 지난 10월 1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아이온큐는 구글벤처스, 아마존웹서비스(AWS), 삼성, 에어버스, 현대차·기아 등 세계 유수의 기업이 지분 투자를 한 양자컴퓨팅 분야 선도 기업이다. 상장 이후 주가는 급등했다가 다소 하락했으나 서학개미 투자가 몰리며 이달 초에는 전체 미국 주식 투자 종목 중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한 사례도 있다"며 "이는 사이버 보안 전체를 흔들 기술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은 양자컴퓨팅 위협에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측면에서 가상화폐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채굴 난도가 높은 것은 암호 체계와 비슷한 메커니즘을 쓰고 있어서 양자컴퓨팅이 암호 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큰 도전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교수는 "난공불락이었던 암호 체계를 양자컴퓨터가 깰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현재 보안 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대안 마련이 시작됐다"면서 "미국 정부가 2년 전부터 양자컴퓨팅 위협에 노출되지 않는 보안 체계를 연구하기 시작한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팅이 어떤 분야에 응용 가능한지를 묻자 김 교수는 컴퓨터·인터넷 보급 초기를 예로 들었다. 김 교수는 "컴퓨터는 초기에 전문적인 분야에만 활용 가능했고, 인터넷도 그랬다"며 "하지만 지금은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로 자리 잡은 것처럼 양자컴퓨팅도 그런 인프라스트럭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예측하지 못한 방법으로 양자컴퓨팅 활용이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관심이 높아진 헬스케어 분야에서 양자컴퓨팅이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의약계에서 신약 개발 시 약재와 병원균 간 화학적 반응을 관찰해 유효한 후보군을 좁히는 것이 필수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어려움을 겪는다"며 "양자컴퓨팅을 활용하면 경우의 수 중에서 가능성이 높은 것을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어 신약 개발 난제를 푸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팅과 인공지능(AI) 기술이 결합될 경우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유튜브에서 음악 추천은 정확도가 떨어져도 상관없지만, 의료진단·자율주행 분야에서는 AI 정확도가 매우 중요한데 AI도 데이터 처리 능력 부족으로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며 "양자의 '초능력'을 활용하면 AI·머신러닝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자컴퓨팅이 월가의 전통적인 투자 방식을 바꿔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예견했다. 김 교수는 "최신 기술을 가장 빨리 수용하는 곳이 자본시장이고, 월가는 신기술 수용에 가장 포용적"이라며 "월가 금융회사들이 양자 전문가를 고용하기 시작한 것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월가가 양자 알고리즘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팅 기술은 IBM·구글 등이 채택한 초전도 방식(극저온 상태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원리 활용)과 아이온큐가 개발한 이온트랩 방식이 있다. 초전도 방식은 반도체처럼 집적회로 공정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정 과정에서 오차·편차 제어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김 교수는 "이온트랩 방식은 상온에서 활용이 가능하고 공정 오차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석학이다. '벨연구소'에서 광학기기 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다가 2004년부터는 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 교수로 일해왔다. 2015년 크리스토퍼 먼로 당시 메릴랜드대 교수와 아이온큐를 공동창업했다. 김 교수와의 인터뷰 전체 영상은 매일경제 재테크 유튜브 채널인 '자이앤트TV'에서 볼 수 있다.
■ <용어 설명>
▷ 양자컴퓨터 : 기존 컴퓨터가 0과 1의 이진수로 연산을 처리하는 데 비해 양자컴퓨터는 물질량의 최소 단위인 양자를 연산 재료로 사용한다. 얽힘(entanglement)이나 중첩(superposition) 같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동시에 처리해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월등히 우수한 처리 능력을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