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세계 증시 활황으로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돈이 처음으로 1조달러(약 1182조원)를 넘어섰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 덕에 신규 투자자금이 증시로 몰려들면서 ETF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뮤추얼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ETF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투자정보사 모닝스타 자료를 인용해 올해 11월 말까지 전 세계 ETF 유입액이 1조달러를 초과했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전체 합계인 7357억달러(약 866조9500억원)보다 35% 이상 늘었다. 글로벌 ETF 자산 총액도 역대 최대치로 불어났다. 11월 말까지 글로벌 ETF 자산총액은 9조5000억달러(약 1경1229조원)로, 2018년 4조6800억달러에서 3년 만에 두 배가 됐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ETF 상품이 투자금의 대부분을 독식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뱅가드그룹, 블랙록, 인베스코, 스테이트 스트리트 등 미국 ETF 시장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운용사로의 유입액이 많았다.
리치 파워스 뱅가드그룹 ETF·지수상품 분야 대표는 "자산시장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크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자들이 지수 상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ETF는 인덱스 펀드처럼 주요 지수 수익률을 따라가면서도 거래소에 상장돼 개별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캐시 우드가 운용하는 '아크 이노베이션 ETF'처럼 성장주를 적극적으로 매매하는 액티브 ETF들이 인기를 끌었다. WSJ는 "지난해 캐시 우드의 액티브 ETF가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상당한 투자금을 끌어들인 것도 ETF 붐에 영향을 줬다"고 봤다.
배재규 전 삼성자산운용 부사장은 "ETF의 가장 큰 특징은 '투명성'으로 기존 펀드는 세부 종목 구성을 알지 못했는데 ETF는 투자자가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최근 젊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수요가 폭증하고 있는 이유"라고 밝혔다. 올해 미국에서 새로 만들어진 ETF도 380개에 달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탄소배출권 등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는 테마를 좇는 ETF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피델리티 등 오랫동안 뮤추얼 펀드를 운용해온 회사들도 올 들어 첫 액티브 ETF를 출시했다.
다만 주식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ETF 수익률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지난해에는 미국에서만 277개 ETF가 상장폐지됐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액티브 ETF 전체 상품 중 3분의 1이 상장폐지 위험이 중간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모든 액티브 ETF가 수익률이 높지는 않았다.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운용된 액티브 ETF 371개 중 10%만 S&P500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고, 3분의 1은 수익을 내지 못하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ETF는 1993년 미국에서 처음 출시된 후 크게 빛을 보지 못하다가 10년 전부터 거래 비용이 덜 들고 매매가 간편한 점이 부각되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미국 시장에서 ETF는 아직 뮤추얼 펀드의 규모에 못 미치나 가파르게 성장하며 뮤추얼 펀드의 3분의 1 수준까지 올라왔다.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에 따르면 미국 뮤추얼 펀드는 올해 4월 기준 21조달러(약 2경4765조
[이유진 기자 / 차창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