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하게 백내장 수술을 시행해 많게는 수백억 원의 실손보험금을 수령한 병원 수십 곳이 덜미를 잡혔다. '공짜 시력교정 수술을 해준다'면서 체험단을 모집한 뒤 진단서에는 백내장으로 기재하는 수법이 특히 많았다. 보험설계사가 직접 브로커로 나서 환자를 데려오고 리베이트(사례비)를 받거나 계획적으로 사전에 실손보험에 가입시킨 뒤 백내장 수술을 받게 한 사례도 있었다.
DB손해보험은 최근 이 같은 수법으로 보험금을 타낸 병원 43곳을 보건소에 신고 조치했다고 13일 밝혔다. 백내장은 한 해 46만건(2019년 기준) 가까이 시행되는 국내 1위 수술 질환이다.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 적자의 주범이라는 지적은 계속 있었지만, 보험사가 직접 의료기관을 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행태는 환자들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보험 사기'에 가담시키고, 적자를 메우기 위해 다른 선량한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추가로 부담하게 만든다. DB손보는 백내장과 함께 '실손 적자(손해율 상승) 3대 주범'으로 꼽히는 갑상선질환, 도수치료 등도 조사해 신고할 예정이다.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눈의 수정체를 제거한 후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수술 시간이 짧아 '간단한 시술'이라며 병원에서 권하는 일이 많다. 작년 백내장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만 140만명에 달한다.
이번에 적발된 병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도를 넘었다. 검사 횟수를 부풀리고 검사비를 조작하는 것은 물론, 시력교정용 렌즈 삽입술을 시행한 뒤 백내장 수술로 허위 진단서를 발행해 실손보험을 타 간 안과의원도 있었다. 이들은 치료 경험담과 시술 행위 노출, 제3자 유인 등 불법 의료광고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DB손보 관계자는 "이들 병원은 시력 개선 및 시술 체험단 모집 광고를 내고 무분별하게 백내장 다초점렌즈 삽입술을 시행했다"면서 "불법 의료광고와 허위 진단서로 환자를 기만한 것은 물론 선량한 보험 가입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겼다는 점에서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가 백내장 보험 청구가 많은 병원 50곳을 대상으로 집중 확인한 결과 43곳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보건소 측은 불법광고 삭제 등 행정조치를 취했고 추가적인 행정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백내장 수술로 청구되는 실손보험금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은 2016년 779억원에서 2017년 1432억원, 2018년 2553억원, 2019년 4300억원, 2020년 6480억원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료가 올해 처음으로 1조원(업계 전체)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2016년에는 지급된 보험금이 779억원에 불과했는데 5년 새 10배 이상 늘었다.
백내장 수술을 하고 실손보험을 청구하는 의료기관은 90% 이상이 '의원급'이고, 전체 청구 금액의 80% 이상이 비급여 항목이었다. 특히 본인 부담금이 적은 2016년 이전 실손보험 가입자에게는 비싼 비급여 항목인 다초점렌즈를 시술해 보험금이 올라가고, 이 비용을 보장하지 않는 2016년 이후 가입자들은 '비급여 검사비'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비급여 검사비 1회 평균 가격은 이른바 큰 병원(상급종합병원 8만원)보다 동네 병원(의원 26만원)에서 훨씬 비쌌다. 같은 의원급이어도 다초점렌즈 가
또 실손보험 청구 건에서 200만원대를 유지하던 다초점렌즈의 평균 비용은 2020년 9월 이후 300만원 후반으로 훌쩍 뛰었다. 반면 비급여 검사비는 2020년 8월까지 40만~60만원대를 유지했으나 2020년 9월 급여화 이후 2만원대로 뚝 떨어졌다.
[신찬옥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