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 찾는 2030 ◆
"7개월 동안 3억원을 모을 수 있었어요."
우연히 유튜브 배너로 올라온 한 재테크 영상을 보고 F 복권 사이트에 투자한 A씨(26)는 낭패를 봤다. 이 영상에 등장한 여자는 복권 사이트에서 홀짝을 맞히고 10번 연속으로만 틀리지 않으면 무조건 하루 6~8% 수익을 볼 수 있다고 광고했다. A씨는 재테크 영상이라고 생각해 의심 없이 이 사이트에 접속해 4일 만에 300만원을 벌었지만 5일째 되는 날부터 연속으로 실패하며 약 1000만원을 잃고 말았다.
최근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주식과 가상자산 등이 지지부진하자 MZ세대(1980~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다른 재테크'를 찾아다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코스피가 3000 안팎에서 지지부진하고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 가격이 변동성에 노출되면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이를 악용해 일부 유튜버들은 사행성 도박을 고수익 재테크인 것처럼 포장해 접근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유튜브 사이트에 접속하면 사행성 도박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다수 나타났다. '40대 주부의 성공 스토리' '대학생 재택부업 브이로그' 등으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재테크 소개 영상은 실제로 접속해 보면 불법 도박 사이트로 연결된다. 영상 초반에는 재테크 비법을 알려주는 척하다가 불법 도박 사이트를 광고하는 식이다. 댓글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 등을 통해 익명으로 일대일 상담을 해주면서 방문과 가입을 유인한다. 해당 사이트는 실제 동행복권 홈페이지 등과 유사하게 구성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유튜브처럼 젊은 층이 익숙한 경로를 통해 불법 도박 사이트로 유인하는 '미끼 콘텐츠'가 늘고 있다"면서 "수사에 착수해도 이미 돈을 빼돌린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용자들이 처음부터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점차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사행성 도박에 빠지기 쉬운 환경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을 통해서 정보에 대한 교환이 활발히 이뤄지면서 누군가가 돈을 번 것을 보면 뛰어드는 것"이라며 "티끌 모아 태산이나 절약 등의 문화가 사라지고 경쟁적이고 과시적인 환경에서 자라오며 위험에 대한 인식이 무뎌진 것"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등을 통한 사행성 미끼 콘텐츠는 구글 본사는 물론 정부가 나서 선제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제기된다.
한편 A씨와 같은 F 복권 사이트 투자자들은 뒤늦게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이날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불법사행산업감시신고센터에 따르면 F 복권 사이트에 대한 신고가 다수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감회 신고센터 관계자는 "이들 업체에 대한 신고가 들어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차단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감
[한상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