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방 찾는 2030 ◆
지난 3일 오전 11시 리셀(resell·재판매) 시장 커뮤니티에서는 운동화 당첨자들과 미당첨자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오전부터 나이키 홈페이지에서 지드래곤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협업한 스니커즈 '퀀도1'의 추첨 구매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첨자 오 모씨(29)는 "(신발 구매 추첨에) 여러 차례 도전한 끝에 처음으로 당첨됐다"며 "리셀 플랫폼에 팔아 30만원 정도 시세차익을 올렸다"고 말했다. 앞서 나이키가 지드래곤과 협업한 '에어포스1 파라노이즈' 제품은 최고가가 정가 대비 100배에 가까운 2000만원대에 되팔리기도 했다. '리셀'이란 이같이 구매 가치가 있는 상품을 사서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 리셀 시장이 과열 양상을 띠면서 청년층이 안정적인 경제활동 대신 리셀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초기에는 청년층의 '알뜰한 경제활동'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 들어 사행적인 수준에까지 이르러 각종 사기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어 염려된다.
13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젊은 층의 상당수는 '쉽고 빠르게 이익을 볼 수 있는' 리셀 시장에 쉽게 빠져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투자 실패로 손해를 보거나 사기의 피해자가 될 확률도 높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개인 간 거래인 리셀 시장은 손해를 보기도 쉽고 소비자 보호를 받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젊은 층이 리셀 시장에 대거 유입되는 이유는 비교적 소자본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수단이 마땅하지 않다는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나이키와 오프화이트가 협업한 '조던1 레트로 하이 시카고 더 텐'은 출시가격(22만4300원)보다 50배 가까이 높은 거래액(1089만9000원)을 기록했다. 레고 '캐리비안의 해적' 상품은 2011년 18만원에 출시됐지만 리셀가는 100만원대에 달한다. 1000만원대를 넘는 샤넬, 롤렉스 등의 명품도 리셀 시장에 즐비하다. 따라서 단기간에 수익률 수백%도 가능한 셈이다. 리셀 거래를 즐겨 하는 윤 모씨(28)는 "우리 세대가 평생 살아도 부동산을 살 수나 있겠느냐"며 "주식, 코인보다는 평소에 잘 아는 물건을 되파는 게 재미있고 수익률도 좋다"고 설명했다.
↑ 지난 12일 서울 시내 한 백화점 앞에서 사람들이 명품 매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리셀 시장이 커지면서 대신 줄을 서주거나 구매해주는 아르바이트도 성업 중이다. [김호영 기자] |
이렇게 리셀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노리는 사기 위험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중고 물품 거래자들 사이에서는 '무이자 대출' '중고거래론'이라는 표현이 공공연하게 쓰인다. 구매 대금을 선납받고 배송을 미루다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면 그제서야 돈을 돌려주는 사기 수법을 두고 "이자도 없이 사기꾼에게 돈을 빌려줬다"며 자조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무이자 대출 사기'를 당한 A씨(33)는 "옷 착용 사진도 있고 '더치트(온라인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사이트)'에도 글이 올라오지 않은 사람이라서 믿었는데 물건을 배송해주지 않아 황당했다"며 "경찰서에 사건을 접수했다는 메시지를 보내니 그제서야 환불이 됐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판매자가 있지도 않은 물건을 판매한다고 올려 받은 돈을 사용하다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신고하려 하면 동일한 방식으로 다른 구매자에게 돈을 받아 환불해주는 경우가 많다. 최근 '리셀테크(리셀+재테크)'가 유행하면서 피해 규모도 계속 커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사례도 10만~20만원부터 수백만 원대까지 다양하다.
문제는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아무리 시간을 오래 끌어도 일단 돈을 되돌려주면 사기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증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해도 높은 확률로 그냥 종결된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한정판 중고 물품 판매글을 올려 피해자들을 현혹한 뒤 대포통장으로 돈을 받아 챙기는 조직적인 범죄도 일어나고 있다. 일당은 온라인 카페 등에서 한정판 운동화,
[한상헌 기자 / 박홍주 기자 / 박나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