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시점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금리 인상 시점이 아니라 테이퍼링의 내용과 진행 과정 그리고 이에 따른 가격변수 반영이다. 현재 연준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테이퍼링이며 명목기준금리 인상은 테이퍼링이 끝난 뒤 기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테이퍼링 효과를 확인한 다음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이번 팬데믹에 대응하는 연준 정책의 핵심은 금리 인하가 아닌 양적 완화였기 때문이고 이번 양적 완화가 글로벌 금융위기 후 시행했던 첫 번째 양적 완화와 매우 다른 독특한 모습을 보여서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번 팬데믹에 대응하는 연준의 행위 중 가장 특징적이고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양적 완화 과정에서 미국 물가연동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한 것이다. 지난해 연준의 물가연동채권 순매입 규모는 그해 미국 전체 발행액보다 많았고 올해도 전체 발행액의 40% 가까이를 순매입하고 있다. 중앙은행이 특정 채권을 연간 발행액보다 많이 순매수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고 지난 양적 완화와도 아주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다.
연준은 왜 물가연동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했을까. 중앙은행이 위기 국면을 맞아 금리를 인하하거나 양적 완화를 하는 것은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이때 시차와 시행 과정에서 효과가 희석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이번 팬데믹 국면처럼 사상 초유의 봉쇄정책이 시행되며 급박하게 진행되는 경우는 즉각적으로 효과적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일으킬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일반 국채에 비해 기대 인플레이션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물가연동국채를 집중적으로 매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면이 바뀌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를 억제할 필요가 있고 실물경제에 비해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해 초래된 금융불균형을 완화해야 하는 시기라면 연준은 이번 양적 완화기에 시행했던 행위를 역으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연준이 물가연동채권을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
우리가 향후 막연한 명목기준금리 인상보다 이제 본격화되고 있는 테이퍼링 자체를 주목하는 이유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