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내 길거리에 붙어 있는 대출안내 전단. [사진 = 연합뉴스] |
금융감독당국의 은행권 가계대출 옥죄기에 2금융권 풍선효과가 '사상 초유'의 규모로 불었다. 이로 인해 2금융권도 대출관리에 나서면서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다. 저신용 서민들이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9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금융권 가계대출은 2조9000억원 늘어 전월대비 증가 폭이 3배 정도 폭증했다. 이 중 상호금융이 2조1000억원 증가해 전월(4000억원) 대비 5배정도 불어났다. 새마을금고도 1조4600억원이 늘어 전월(6000억원) 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 11월까지 제2금융권 가계대출 잔액 증가액은 35조4000억원으로, 전년동기(9조4000억원) 대비 약 4배에 달했다. 이 가운데 농협이 11조87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신협과 새마을금고가 각각 1조7700억원, 3조4300억원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상호금융·저축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대출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2금융권 마저 가계대출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특히, 다음달부터 2금융권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도 60%에서 50%로 강화될 예정이어서 서민들의 '한 숨' 소리는 더 깊어질 전망이다. 이미 새마을금고와 신용협동조합 등 주요 상호금융은 지난달 말부터 주택구입자금대출을 전면 중단한 상황이다. 또 당장 다음달부터는 DSR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카드론도 대상에 포함된다.
급전 마련용으로 서민들이 주로 찾는 카드론(장기카드 대출) 금리의 오름세가 가파르다. 더욱이 최근 고신용자 수요가 몰리면서 그동안 주로 카드론을 이용하던 저신용자의 생계형 대출까지 막히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여신금융협회 공시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 표준등급 기준 카드론 평균금리는 12.09~14.73%였다. 7개사 평균값은 13.58%로 전월(13.17%) 대비 0.41%포인트 상승했다. 이달 초 우대금리(2%)마저 사라지면서 카드론 금리는 3% 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 서울 여의도 직장인들이 걸어다니는 도로변에 대출을 홍보하는 광고가 붙어 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한 사람이 금융회사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 이들을 겨냥한 광고도 늘어나고 있다. [김호영 기자] |
신용점수 900점대 고신용자(10월 말 현재)가 신한카드에서 받은 카드론 금리는 평균 9.14%로 2개월 전보다 1.47%포인트 올랐다. 삼성카드에서도 같은 기간 1.45%포인트 오른 평균 10.30%를 기록했다. 현대카드와 KB국민카드에서도 각각 0.82%포인트, 0.44%포인트 높아졌다. 금리 상승에도 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 등 국내 6개 전업카드사의 올해 9월말 금리 10% 미만 카드론 회원평균 비중은 12.59%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고신용자 평균 비중인 9.57%과 비교해 3.0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삼성카드는 한 달 새 그 비중이 7.47%포인트 뛰며 24.79%를 집계됐다. 신한카드와 우리카드는 각각 18.13%, 6.55%던 10% 미만 카드론 이용자 비중이 23.36%, 10.92%로 올랐다. 카드론 금리 10%는 고신용자를 나누는 기준선이다.
카드론 금리 상승세는 향후에도 상당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20개월 만에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렸다. 더욱이 내년 1분기 내에도 한차례 더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 시 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과도한 대출규제로 인한 2~3금융권 풍선효과 역시 이번 정책의 부작용 중 하나로 꼽힌다"면서 "시장에서는 생계형 대출 카드론도 고신용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 중 하나는 대출 풍선효과가 이자 폭리를 취하는 '불법 사금융'으로까지 서민들을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올 하반기부터 법정 최고금리를 24%에서 20%로 인하하면서 대출영업을 손실로 판단한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중 대출을 중단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이는 그만큼 서민들이 제도권 대출을 받기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대부업체 음성화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불법사금융 광고도 부쩍 늘고 있다.
[류영상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