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헝다(에버그란데) 사태 후폭풍과 최근 경기 둔화를 우려해 은행 지급준비율을 전격 인하했다. 이로 인해 시중에 풀리는 유동성만 2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선 과거 중국의 지급준비율이 내렸던 시기 중·장기적으로 국내 증시는 상승 랠리를 탔던 것으로 분석했다.
6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행은 공고문을 통해 오는 15일부터 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하한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이 올해 지급준비율 인하를 단행한 건 지난 7월 이후 두 번째다. 인민은행은 공고와 별도로 '기자와 문답' 형식의 설명 자료를 통해 이번 지준율 인하의 효과로 시중에 약 1조2000억 위안(223조원)의 장기 유동성이 공급될 것이라 추정했다.
인민은행은 "실물 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금융 비용을 안정적으로 낮추려는 차원에서 지급준비율 인하를 결정했다"며 "온건한 통화 정책을 계속 실시하는 가운데 안정 최우선 기조를 견지해 유동성 수요를 합리적으로 충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지급준비율 인하는 헝다발 충격 완화와 더불어 급속한 경기 둔화를 반전시킬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18.3%에 달했던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은 3분기 4.9%로 주저앉았다.
증권가에선 이번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가 국내 증시에도 '훈풍'을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했다. 지급준비율이 인하되면 1~2개 분기 이후 중국에서 유동성이 증가하기 시작하고 이는 중국 경기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중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나비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리딩투자증권에 따르면 2010년대 이후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사이클은 총 3회(2011년·2015년·2018년) 있었다. 해당 시기 국내 증시의 반응은 중기적으로 긍정적이었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3회의 사례분석을 통해 지급준비율 인하 전후 코스피를 살펴본 결과 단행 10주 이후 기준 지급준비율 인하 한 달 전보다 모두 상승했다"며 "지급준비율 인하는 중국 경기부양의 중요 신호로 가치사슬 상 밀접 관계인 한국 기업에 대한 유동성 효과로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확장되면 위안화도 강세 전환을 준비한다"며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했던 시기를 보면 한국 증시는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국 지급준비율 인하 관련 유망한 투자 종목으론 시크리컬(경기민감주), 소비주를 지목했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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