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미크론 변이 충격 ◆
코스피가 전일 급락의 충격을 딛고 반등에 성공했다. 9000억원이 넘는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2900선 회복을 눈앞에 뒀다.
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0.71포인트(2.14%) 오른 2899.72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089억원, 905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반면 개인은 9960억원을 순매도했다. 대장주 삼성전자가 4.35% 오른 것을 비롯해 SK하이닉스(2.19%), 네이버(2.36%), LG화학(3.46%), 현대차(2.81%)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대부분 상승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속화를 시사하면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급락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를 선반영했던 국내 증시는 뉴욕 증시 마감 후 나온 미국 식품의약국(FDA)발 호재에 더 주목했다. 이날 FDA 자문기구인 항균제 자문위원회(ADAC)는 미국 제약사 머크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몰누피라비르'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미크론 관련 뉴스에 시장이 일희일비하고 있는 가운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가 오미크론 바이러스에 효과적이라는 소식이 투자 심리 개선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국내 증시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이날 반발 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주당순이익(EPS) 기준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0.3배로 최근 5년 평균치인 10.7배를 밑돌고 있다.
수출 실적이 견조하게 나오면서 코스피 이익 추정치가 상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형성된 것도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11월 수출액은 604억4000만달러로 월간 기준 사상 처음으로 60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32.1%로 시장 전망치(27%)를 뛰어넘었다. 수출 호조와 저평가 매력이 부각되면서 이날 철강(4.98%) ,해운(4.66%), 반도체(4.27%), 자동차(3.41%), 화학(3.25%) 등 최근 주가가 부진했던 경기 민감 업종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이날 나온 중국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9.9로 기준치를 밑돌면서 중국 정부가 긴축과 규제 강화 일변도였던 정책 기조를 바꿔 경기 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이 같은 기대감이 수출 서프라이즈와 맞물리면서 경기 민감 업종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요인은 달러 약세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전일 대비 10.5원 급등한 1179.5원을 기록했다. 유로·엔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와의 평균적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도 지난달 30일 0.33포인트 내린 96을 기록하는 등 최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정 팀장은 "연준의 긴축 기조에도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한 미국 경기 악화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9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외인 순매수의 배경에는 약달러로 인한 위험자산 선호 강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날 코스피 급등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려우며,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미국 긴축정책 관련 뉴스에 따라 증시가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오는 15일로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전까지는 불확실성이 증시를 압도하는 '깜깜이 장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