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부세 후폭풍 ◆
서울 강남에 2주택을 가지고 있는 70대 남성 A씨는 종합부동산세 납부가 시작되는 1일 오전 관할 세무서를 찾아갔다. 9000만원이 넘는 종부세 금액이 맞는 것인지, 월수입이 거의 없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많은 세금을 부과하면 어떻게 하냐고 따져봤지만 돌아오는 답은 "법에 따라 부과한 금액이고 이의 신청은 가능하다"는 답뿐이었다.
종합부동산세 납부가 시작되는 1일,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 세무서에는 이의 신청을 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지만 고령자가 대부분이라 항의 수준의 말을 전할 뿐 어찌할 바 없이 돌아서는 이들이 많았다.
납부 첫날에는 개인뿐 아니라 선산을 가진 종중, 불교계 사찰, 개신교 교회 등 법인 성격을 띠는 단체 등에서 이의 제기를 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경기도 인천 서구 대곡동·금곡동 일대 선산을 가지고 있는 평산 신씨 정언공파 종중은 수십 년 전부터 선산 토지에 있던 10여 채 거주민 가옥 때문에 종부세가 중과돼 2000만원 정도 예상했던 세금이 1억원 정도 나왔다.
현재 지방세법에서 토지를 소유하고 있는 개인이나 법인에 재산세를 부과할 때는 토지 위 건물이 주택인 경우, 개별주택가격을 나눠 건물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에게 주택분 재산세를 부과하고 있다. 물론 건물이 여러 채라고 해서 더 무겁게 부과(중과)하는 경우는 없다.
문제는 집을 여러 채 소유하면 세금을 중과하는 종합부동산세를 적용할 때다. 이 경우 세무당국은 토지 위 타인 소유의 집이 여러 채 있는 경우에도 토지 소유자의 주택 수에 포함해 다주택으로 종부세 중과세율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종중은 "자신들이 소유하지도 않는 주택에 종부세를 중과하기까지 하는 것은 너무한다. 우리 종중이 소유한 선산 토지는 투기 목적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관련 사례 중 가장 최근 판례는 2020년 12월 조세심판원이 판결한 것으로, B씨 소유 토지 위에 13채의 타인 소유 주택이 있었지만 B씨를 3주택 이상 소유한 자로 보고 중과된 종부세율을 적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결한 바 있어, 전국 종중들의 이의 제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중 세무를 전문으로 하는 세무법인 송우 천경욱 대표세무사는 "우리 법인에만 해당 사례들이 벌써 4건 정도 돼 이의 신청과 함께 소송 등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종중 선산의 경우 단순한 세금 부과 문제만이 아니라 전통 유교의식이 강한 농촌 사회 반발도 불러올 수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 퍼질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주택이나 용지를 지역민들에게 싸게 임대해 주고 있는 불교 사찰도 선의의 행동이 세금 폭탄으로 돌아온 것에 대해 이의 신청을 할 것이라고 항변했다. 조계종에 따르면 지역민들에게 주택 등을 싸게 임대해 주던 경북의 한 사찰은 종부세가 지난해 1180만원에서 올해는 1억4300만원으로 대폭 오르기도 했다. 조계종은 "전통사찰의 경우 오래전부터 지역주민을 배려하고 지역주민과 상생하기 위해 최소한의 임대료만 받고 다수 주택 용지를 제공해 왔는데, 투기 방지를 위해 제정한 종부세를 사찰에 부과한 것은 유감스럽다"며 "이의 신청 기간 내에 반드시 세무서에 신고해 세액을 감면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관, 사택 등을 운영하는 수많은 교회에 거액의 종부세가 나와 기독교계에서도 어려움을 호소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많은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사찰이나 교회에 부과된 종부세는 결국에는 신도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어 민생에 어려움을 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세청에서는 사찰, 교회 등 종교단체와 같은 공익법인에는 종부세 특례 적용을 위해 오는 15일까지 세무서 내 특별신청창구를 운영할 예정이다.
[박준형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