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부세 혼란 ◆
↑ 집값 급등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과 세액이 급증한 가운데 이의신청도 빠르게 늘고 있다.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30일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 문구 등이 붙어 있다. [김호영 기자] |
"부모 돌아가신 것도 속상한데 상속이 죄입니까. 왜 종부세 폭탄을 맞아야 하죠."(수도권 거주자 B씨)
기획재정부가 올해부터 종부세 시행령 해석을 강화해 과세 대상이 되는 상속 비율 기준을 높여 잡기로 결정하면서 1일 시작되는 종부세 납부 현장에 한바탕 혼란이 예상된다.
현행 종부세법 시행령상 상속을 통해 공동 소유하게 된 주택은 △주택에 대한 소유 지분율이 20% 이하이며 △소유 지분율에 해당하는 공시가격이 3억원 이하일 경우 주택 수 산정에서 제외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정부가 '20% 지분율' 기준을 실제 주택에 대한 소유 지분율이 아니라 피상속인(사망자)으로부터 물려받은 지분을 바탕으로 산정하기로 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예컨대 부모가 50%씩 갖고 있던 아파트가 있었는데 부모 중 한 분이 돌아가시며 피상속인 소유 지분 50%를 자녀 3명이 16.7%씩 나눠 물려받았을 때 자녀 1명씩은 주택 전체에 대해 16.7%의 지분을 갖게 되지만 피상속인에 대한 상속 비율은 33.3%가 된다. 이를 놓고 정부는 피상속인에 대한 비율로 과세 기준을 잡아야 한다고 결정한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모, 자식 관계가 아니라 피상속인과 제3자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상속하는 경우도 있다"며 "종부세법령 취지에 비춰 봤을 때 피상속인(사망자)에 대한 상속 비율을 기준으로 판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상속 지분과 관련한 종부세 법령은 3년 전부터 운영됐다"면서 "법령 해석을 놓고 시장 혼선이 있어 올해 명확한 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피해를 토로하는 납세자들이 잇따랐다. 15년간 한곳에 거주했다는 한 1주택자는 "소수 지분을 상속받으며 2주택자로 분류돼 종부세 350만원을 내야 한다"며 "형제들끼리 합의가 안 돼 집을 못 팔고 있는데 두고두고 세금 폭탄 맞을 바에 차라리 상속 지분을 나라에 기부할 수 없느냐"고 말했다.
1주택자가 갑자기 농지주택·토지를 상속받으며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례도 많다. 공시가격이 8억9000만원인 서울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는 C씨는 7년 전 조부모가 사망하며 다른 친척 명의의 주택이 들어선 토지를 상속받았는데 과세당국은 C씨를 1가구 2주택자로 판단해 종부세를 고지했다. 현재 당국은 토지에 다른 사람의 명의든 무허가 건물이든 주택이 있으면 이를 소유 주택으로 간주해 종부세는 물론 주택분 재산세까지 부과한다.
농어촌 지역 인구 감소로 빈집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당국의 해석이 1주택자들에게 또 다른 폭탄이 된다는 지적이 많다. 전국 농촌의 빈집은 5만5750동(2019년 기준)으로, 상속 등으로 1주택자가 이들 주택을 보유하게 되면 2주택으로 간주돼 세금을 얻어맞게 된다. 상속인들은 농어촌 주택을 팔려 해도 수요가 없어 팔리지 않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올해 주택 수 산정 때 농어촌 주택을 제외하는 종부세법 특례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올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주택자 종부세 공제 한도를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올리면서 다른 개정안을 모두 폐기
더 큰 문제는 베이비부머(1955년에서 1963년 사이 출생자)가 본격적으로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피상속인이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는 점이다. 자산 가격 상승과 피상속인 증가 흐름에 비춰 보면 현행 종부세 체계는 1주택자라도 징벌적 세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
[김정환 기자 / 이종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