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화폐 법제화 시동 ◆
현재 가상화폐를 규율하는 유일한 법령인 특정금융정보법으로는 온전한 투자자 보호가 불가능했다는 금융권 안팎의 평가가 많았다. 특금법은 본래 자금세탁을 막기 위한 법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8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의 위험성에 대한 대응 방향 권고안을 내놓자 이에 따라 자금세탁을 규제하기 위한 측면에서 특금법이 제정됐다. 특금법은 이를 위해 거래소 등 가상자산사업자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신고 의무, 기본적인 자금세탁방지 의무 등을 부과한다. 23일 금융위가 마련한 '가상화폐(자산) 이용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기본방향 및 쟁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위는 가상화폐 정의를 다소 넓게 규정했다. 기존 특금법처럼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되 선불충전금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처럼 다른 법의 규제 대상이거나 규제 대상으로 삼기에 부적절한 대상은 배제키로 했다. 특히 증권형토큰(ST)과 스테이블코인은 원칙적으로 이번 가상화폐업권법의 대상으로 하고 탈중앙화금융(De·Fi)은 업을 영위하는 경우, 대체불가토큰(NFT)은 가상화폐 정의에 포섭되는 경우 각각 규제 대상으로 하기로 했다. 가능한 한 가상화폐 정의를 넓게 규정해서 규제의 허점을 메우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증권에 해당되는 증권형토큰의 경우 자본시장법 규제를 우선 적용하는 안이 제안됐다.
이번 보고서에서 방점을 찍은 것은 이용자 보호 부분이다. 사업자들의 의무사항과 제재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앞으로 가상화폐 발행인은 백서(사업계획서), 코인평가서, 법률의견서, 업무보고서 등을 법령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시해야 하고 위반 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그간 코인시장은 허술한 백서와 사업계획, 불투명한 공시로 온갖 구설에 휩싸여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투자자 보호를 외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한때 거래소 공시 등에 가격이 수십 배씩 널뛰기도 했다.
또 가상화폐 상장·유통업자에 대한 규제도 마련된다. 법령에서 상장과 유통 기준을 규정하면 가상화폐협회가 자율규제로 기준을 상세히 마련하는 안이 제시됐다. 협회가 공시시스템을 운영하고 가상화폐 발행인이 협회에 공시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만일 공시기준 중 가상화폐 사업자가 법령사항을 위반하면 협회가 해당 사업자를 형사고발하고 처벌을 받게 된다. 공시기준 중 자율규제사항 위반 시엔 협회가 위약금을 물게 된다.
특히 불공정거래에 대한 규정이 자본시장법 수준으로 마련됐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따른 부당이익이 50억원 이상이면 5년 이상 징역,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징역, 5억원 미만이면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진다. 벌금은 부당이익 규모와 관계없이 부당이익의 3~5배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불공정행위는 자율적 상시 감시체계를 통해 대응해 나가되 형사적 제재와 함께 불법적 경제적 이익을 실효성 있게 환수할 수 있는 법집행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민간 자율 규제의 중심축으로 법정협회를 제시했다. 협회가 자율규제와 분쟁조정 등의 기능을 가지며, 협회 주도로 피해자 배상을 위한 사업과 이용자 피해 소송 지원 등을 위한 기금 조성도 하게 된다. 이 협회는 금융위가 허가하고 필요시 허가를 취소
[윤원섭 기자 / 최근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