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하세븐`이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한봉호 타스톡 대표가 서울 도봉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웃고 있다. 한 대표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상에서 남들처럼 호가창과 차트 정도를 본다. 그는 "특별한 게 없어 보이지만 나만의 보는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이충우 기자] |
2000년대 중반 이후 국내 증권사의 투자 수익률 대회를 휩쓸며 금융투자업계에서 주로 알려진 이 별칭은 주식투자가 국민 재테크가 되며 세상으로 소환됐다. 만화가 허영만 씨의 두 번째 주식투자 이야기를 담은 책('허영만의 6000만원')의 첫 주인공이자, 올해 초 한 방송사에서 방영된 인공지능(AI)과의 주식 대결에 인간 대표로 출연해 AI를 이긴 그는 한봉호 타스톡 대표다. 마하(음속)의 속도로 7(행운)을 좇겠다는 별칭 속 그의 바람은 20년간 '쩐의 세계'에서 자신만의 투자 기술을 익히고 마음을 다스리자 현실이 됐다. 국내 주식투자 외에 부동산, 가상화폐 등 다른 투자로는 돈을 벌어본 적이 없다는 그를 만났다.
▷20대 때 IMF 사태(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지원과 관리를 받은 경제위기)를 겪었다. 군 제대(1995년)와 대학 졸업(1997년) 후 멀쩡한 대기업도 망해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1998년 증시가 폭락하고 1999년 IMF 관리를 조기 졸업한 후 닷컴버블로 주변에서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소리가 많았다. 동생이 먼저 했고 나도 1999년 말에 1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주식투자의) 준비가 안 된 상태다 보니 주위에서 좋다는 주식을 샀는데 얼마 안 가서 쓴맛을 봤다. 종목을 잘못 골랐나 해서 다른 주도주를 샀는데 그 종목도 빠지면서 원금이 계속 줄었다. 1999년 말 주식 광풍 후 2000년에 폭락이 시작됐는데 시장이 내려가면 종목이 무차별적으로 다 같이 하락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장이 하락할 때는 주식을 보유하면 안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손실을 바로 회복하고 싶었고 시장에서 잃은 것을 시장에서 찾아오자는 생각으로 주도주를 관찰했다. 매수세의 세기를 보면 기술적 반등의 상승폭을 판단할 수 있고 수익을 낼 수 있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당시 거래 수수료가 1.3%로 지금보다 높아 수익 내기가 쉽지 않았는데 1.3% 이상 나오는 구간을 계속 찾아보니 그래도 있었다. 원금을 찾으려는 집념이 컸고 노력을 했다. 2000년 5월부터 월간으로 수익이 나기 시작해 시장이 안 좋을 때 수익이 없었던 적도 있지만 이후 현재까지 월간 기준으로 크게 손실이 난 적은 없다. 당시(2000년) 급락장에서 돈을 버는 방법을 못 찾았거나 깡통을 찼다(돈이 다 떨어진 상태)면 아마 다른 일을 했을 것이다. 원금이 소진되면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깡통을 찬 적은 없다.
―매매 방법을 설명하면.
▷매매는 주도주의 거래량, 변동폭, 매수·매도의 호가 변화를 관찰하면서 매수·매도·손절 시점을 찾는 일종의 무형 기술을 사용한다. 기술이 생기려면 주가 움직임이 일정한 구간을 특정하고 그 구간만을 반복적으로 매매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주가의 상승 추세 구간 같은 것이다. 반복 훈련이 된 특정 구간에서는 매매가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고 보면 된다. 특정 구간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은 수익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매매의 수익은 하락장보다는 상승장이 크고, 하락하는 종목보다는 상승하는 종목이 좋다. 종합해 보면 트레이더의 수익은 개인의 매매 기술 수준과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2000년대 초기에 적은 원금을 지키면서 하락장에서 수익을 내려다 보니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보다는 사고파는 기술에 매진해 이런 매매 방법을 익히게 된 것 같다. 현재 이런 매매 방법을 스캘핑(초 단위의 매매)이라 부르기도 한다.
― 투자 성과, 수상 경력을 소개하자면.
▷2009년 언론 인터뷰 때 총 투자수익이 70억원이 넘었다고 말했다. 현재의 투자수익을 공개하긴 어렵고 1년에 수익 10억원이 목표다. 주식투자를 직업으로 하면서 (수익의) 안정성이 우선이고 무리하지 않으면 벌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시장을 이기려고 하지 않고 탐욕을 부리지 않는 선에서 내 능력에 맞는 금액이다. 시장이 좋으면 몇 배 더 벌기도 하고, 안 좋으면 절반을 벌기도 한다. 작년에는 투자수익률이 650%이고, 올해는 현재까지 500% 정도다. 증권사 투자대회에서 20번 정도 입상했다. 2004년 키움증권 개최 대회에서 처음 입상했고 주로 키움증권 대회 등에 나갔다. 작년에 키움증권 1억리그에서 두 번 우승했다. 이제는 나이가 있어서 대회에 참가하긴 하지만 열심히 참여하지는 않는다.
―단기 매매만 하나.
▷증시가 하락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상승장에서는 주식을 갖고 있으면 돈을 벌게 되니 상승장에 맞는 투자 방법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소위 가치투자를 하기 위해서 국내외 경제, 산업, 정치를 분석해 시황을 내가 직접 쓰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뉴스를 보면서 특정 이슈가 산업이나 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를 나름대로 분석하고 이해한다. 시간이 부족해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보기도 한다. 애널리스트 보고서는 후행하는 경우가 많고 의견이 갈리기도 하니 애널리스트 보고서를 판단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뉴스와 애널리스트 의견 등을 볼 때 크게 3가지, 의도·팩트·영향력을 살핀다. 광고성은 아닌지 의도를 살피고, 팩트가 맞는지 확인하고, 산업 혹은 기업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줄지를 판단한다. 이런 관점에서 가치투자도 15년 이상 했다. 단기 매매와 병행하고 있다. 자산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서 금 투자를 하고 있으며 선물옵션 투자는 하지 않는다. 지수 레버리지 투자는 하기도 하는데, 곱버스(인버스 레버리지 ETF·주가 하락 시 2배 수익을 내는 상장지수펀드)는 하락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라 보유 주식에 대한 헤지(위험 회피)용이다. 주식이 하락해도 곱버스에서 수익을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한다. 곱버스를 코스피 3200 이상부터 샀고 SK하이닉스, 카카오, 효성티앤씨, JYP엔터테인먼트를 분할 매수해 보유 중이다.
―국내 주식투자 외에 다른 투자 활동이 있다면.
▷없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외주식과 가상화폐를 투자하려면 따로 신경을 써야 하는데 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비상장) 벤처기업을 발굴하는 일도 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지금은 단기 매매와 (중·장기) 가치투자, 안전자산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금 투자는 자산가치 하락에 대비하기 위해 2017년 시작해서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샀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가들이 금 보유 비중을 전체 자산의 15~20%까지 늘려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개인적으로도 20% 이상은 담아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는 20% 정도다. 부동산 투자는 땅을 샀는데 수익이 거의 나지 않았다. 연구를 하지 않고 주변 지인의 추천 등으로 2곳을 투자했는데 한 곳은 송전선 밑이고, 한 곳은 맹지(도로와 연결되지 않은 땅)다.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다. 시장은 3시간 정도 보고 나머지 시간은 쉬면서 신문을 보거나 한다. 주식 계좌는 나눠서 관리한다. 단기 매매, 가치투자, 선물옵션 등 용도별로 여러 개를 사용한다.
―투자 외에 다른 활동이 있다면.
▷주식 관련 교육 자문업체인 타스톡을 2017년 설립했다. 1인 기업이고 외부 교육을 위해서 만들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학(광운대 경영대학원)에서 주식투자를 가르치는 교수로 활동했다. (주식투자) 노하우를 알리는 게 의미가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됐다.
―주식 고수로는 대외활동이 드문데.
▷현재 주식 방송인, 재능기부 겸 수익활동을 하는 사람, 돈을 받지 않고 하는 사람 등이 있다고 본다. 개인의 철학 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주식을 통한) 수익활동을 하지 않는 이유는 작년과 같은 상승장이면 대체로 돈을 벌 수 있지만 앞으로 시장이 그렇지 않을 수 있고, 무엇보다 개인투자자가 자산을 지킬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산에 대한 위험은 크게 3가지, 시장·기업·자신 개인에서 오는 위험으로 볼 수 있다. 이 중 스스로에게서 오는 위험이 과신이나 탐욕인데 가장 위험하고 통제하기가 쉽지 않다. 알려준다고 해도 스스로의 위험으로 손실을 볼 수 있어 함부로 수익 활동을 할 수 없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일반인, 카페 회원 등을 대상으로 주식 상담과 오프라인 강의를 무료 또는 실비만 받고 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못하고 있는데, 외부 활동이 가능해지면 다시 할 생각이다.
―국내 증시에서 우량주 장기 투자가 적합하지 않다고 말해왔다.
▷국내 증시에 대해 매번 얘기하는 것이 저평가다. 주식투자 22년 차로서 국내 증시와 우량주는 항상 저평가였던 것 같다. 우량주 장기투자로 주위에서 돈을 번 사람이 별로 없다. 확률적으로 중·장기 투자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투자자는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
▷우선 주식이 안전자산이 아닌 위험자산이라는 것을 강조해서 얘기하고 싶다. 본인이 투자를 잘하는 사람인지를 판단해본 후 잘한다면 적극적으로 (주식투자를) 하고, 그렇지 않다면 펀드 등 간접투자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직접투자를 할 경우 직장인이라면 투자 원금의 50%만 주식을 매달 분할해서 사고 나머지 50%는 증시의 큰 하락이 왔을 때 좀 더 비중을 두고 사면 좋을 것 같다. 좋은 주식을 분할해서 기간을 넓게 두고 사는 것이다. 개인투자자가 (주가의) 고점과 저점을 알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승부는 보되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한다. 충돌되는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절제를 하면 가능하다. 인간의 심리, 즉 본성과 반대로 투자해야 한다. 모두가 좋다고 할 때가 고점이고 안 좋다고 할 때가 바닥인 경우가 많다. 모두가 좋다고 할 때 과감해지고 시장을 이기려 하는데 그러면 망한다. 만약 전업투자자가 되고 싶으면 시간과 원금을 정해놓고,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안 하면 된다. 일이든 사업이든 마찬가지지만 성공하는 사람보다 실패하는 사람이 많다. 주식투자를 그만해야 할 때는 가족, 친구 등 지인들이 주식을 왜 계속하냐면서 '주식 폐인' 소리를 할 때다. 그들이 애정을 갖고 얘기할 때는 늦지 않았으니 그만둘 수 있다.
―향후 증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상승 가능성이 없다고 본다. 제로금리에 가깝고 주요 국가는 앞으로 위기가 왔을 때 더 쓸 카드가 없다.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이 겹쳐서 스태그플레이션이 왔고 부채 규모가 커져서 경고등이 켜졌다. 증시의 상승 추세는 끝나가고 하락장으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하락장에 맞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주식투자로 수익을 잘 내지 못한다면 하지 말라고 다시 한번 얘기하고 싶다. 오기 부리지 마시라. 도박판에서 소위 '쫄리면' 안 된다. 급등주를 좇는 것은 탐욕이고, 또 너무 위축돼도 안 된다. 양쪽이 안 맞으면 (주식투자의 세계에서) 나오시라. 단기적으로 매수·매도·손절의 기술을 익히고 장기적으로 시기를 기다렸다가 폭락할 때 많이 사서 기다리면
▶▶한봉호 대표는…
1971년생. 경기도에서 태어났다. 1999년 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20년 넘게 주식투자를 하며 키움증권 등 국내 증권사 개최 투자대회에서 20여 번 입상했다. 2017년 주식 관련 교육활동을 위해 타스톡을 설립했다. 201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광운대 경영대학원 주식투자트레이딩경영 책임지도교수로 활동했다.
[강봉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