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요즘 이같은 무차별적 대출권유 전화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A씨처럼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적지 않을 법하다. 어디다 하소연할 곳도 화풀이 할 수도 없어 울화통이 터진다고 한다.
16일 저축은행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이 어려워진 틈을 타 저축은행과 계약한 대출모집인(대출중개 법인 등)들이 기회로 여기고 무차별적 대출중개 영업으로 빈축을 사고 있다. 전화를 걸어 상대방이 받으면 다짜고짜 "필요한 자금 없으시냐"고 묻고 아니면 말고 식으로 일방적으로 끊어 버리는 행태를 반복하고 있어서다.
대출모집인은 대출 건당 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다. 대출금 500만원 이하는 중개수수료가 3%이며, 500만원 초과는 2.25%다. 예컨대 500만원 대출 1건을 중개했다면 15만원이 대출모집인 수수료로 떨어진다. 이런 대출이 하루 10건이면 하루 150만원을 번다. 대출모집인이 무차별적으로 전화를 돌리는 이유다.
'00저축은행'을 자칭하며 전화를 건 곳은 대부분 개별 저축은행과 계약을 맺은 대출중개 법인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10월말 기준 등록된 저축은행 대출중개 법인은 약 300개, 활동하는 모집인은 3000명 가량이다. 이들이 매일같이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대출을 권유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영업 행태로 전화를 받는 금융소비자가 불편을 호소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데 있다. 개별 저축은행은 계약을 맺은 소속 대출중개 법인이나 모집인 상대로 금융소비자보호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실제 영업 행태를 모니터링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한 곳이 여러 대출중개 법인과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고 이를 관리하는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것.
저축은행권 한 관계자는 "원치 않는 대출권유 전화 때문에 본사로 항의 민원이 접수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출중개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인력이나 시스템상 모니터링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기 때문에 이렇다할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소비자가 자신도 모르게 각종 이벤트 등을 통해 마케팅 동의를 한 경우도 확인된다"며 "이런 경우에는 다시 연락이 가지 않도록 하지만 이미 이 바닥에 전화번호가 돌면 또다시 전화가 가지 않는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상 개인정보인 전화번호가 관련 업계에서 돌고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대출권유 전화가 최근 많아졌다는 것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스팸 차단 앱 '후후'를 서비스하는 KT그룹의 KTCS 자회사인 후후앤컴퍼니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광고성(스팸) 전화·문자메시지 신고 건수가 1년 새 23% 가량 늘어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이곳에 신고된 건은 756만건이었으며, 신고 유형 중 가장 많은 것은 '대출권유' 유형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증가한 240만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허태범 후후앤컴퍼니 대표는 "최근 제1금융권 대출이 어려워짐에 따라 제2금융권 및 비제도권 금융기관의 대출영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출권유' 유형 스팸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