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불거진 인플레이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증시에서 중소형 기업 주가가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중소형주 중심' 러셀 2000지수가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등 뉴욕증시 4대 대표 주가지수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연말 연시에도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고 있다.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법인세 인상 논의를 보더라도 중소형 기업이 상대적으로 세금 압박이 덜하다는 분석이 더해진 결과다.
이달 15일(이하 현지시간) 까지를 기준으로 러셀 2000지수는 최근 한 달 새 5.87%오른 2400.93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S&P 500지수(4.38%)나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5.54%), 나머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2.35%) 상승세를 뛰어넘는 수치다.
월가에서는 중소형주가 내년 이후에도 대형주보다 나은 실적을 낼 것으로 보고 당분간 중소형 기업 주식을 사라는 투자 조언을 내고 있다. 금융데이터업체 레피니티브의 IBES 데이터를 보면 올해 3분기(7~9월) 러셀 2000 상장 기업들 수익은 1년 전보다 475%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해당 분기 S&P500 상장 기업들(42%)보다 눈에 띄는 증가세다. 미국 트루이스트 자문의 키스 러너 공동 투자책임자(CIO)는 "중소형주가 최근 7개월 동안 횡보하면서 대형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데다 올해 중소형 기업 순이익 추정치가 S&P500지수에 속한 대기업들보다 더 강력하기 때문에 매수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질 케리 홀 중소형주 투자 전략 책임자도 "그간 주가 흐름을 고려할 때 앞으로 10년 간 중소형 기업 수익률이 대기업을 추월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가 전문가들이올해 연말 뿐 아니라 내년에도 미국 중소형주가 대형주보다 나은 실적을 보일 것으로 보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가 공통적이다. 우선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상황에서는 규모가 작은 기업의 생산·판매 전략이 더 유연하다는 이유다. 로이스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스티브 리퍼 수석 투자 전략가는 "작은 기업들일 수록 원재료 가격·운송 비용 혹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더 탄력적으로 올릴 수 있어 수익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둘째로는 미국 중소기업은 민주당이 연방 의회에서 주도적으로 논의 중인 법인세 증세 압박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이다. 현지 매체 배런스는 민주당이 제안한 법인세 최소 15% 증세안은 연간 실적이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에만 해당되기 때문에 중소기업은 사실상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이달 12일 분석했다. 러셀 2000지수와 유사하게 중소형주를 모아놓은 S&P600지수만 보더라도 민주당 증세안에 해당되는 기업은 젠워스 파이낸셜 한 곳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셋째로는 대기업들의 공격적 인수합병(M&A) 투자 수요에 따른 중소형주 주가 상승 기대감이다. 웰스파고의 켄 존슨 투자 전략 분석가는 "오는 2022년 이후에도 대기업들이 주주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늘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와 더불어 대기업이 쌓아둔 현금 유동성을 활용해 유망 중소형 기업 인수 합병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미국 중소형 기업 주가도 상승세다.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 신발 제조업체 크록스 주가가 최근 한달 새 24.00% 뛰었고 이밖에 1020세대를 대상 패션 의류업체 아베크롬비&피치(17.46%), 유명 프랜차이즈 셰이크 쉑(11.62%), 공동 업무용 소프트웨어업체 아사나(15.69), 미국 백화점 체인 메이시스(9.91%) 등의 주가도 가파르게 올랐다.
중소형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러셀2000지수나 S&P600지수를 따라 시세가 올랐다. 최근 한 달 새 중소형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S&P스몰캡 퀄리티(XS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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