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중 자금이 금융권 정기예금으로 몰리고 있어 주목된다. 정기예금은 금리가 1%대에 불과해 그동안 금융권에서 외면받아온 상품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주식, 코인, 부동산 등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정기예금으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오는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올리면 정기예금 쏠림 현상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만기 1년 이상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5일 기준 656조6404억원으로 집계됐다. 9월 말 632조4170억원과 비교해 한 달여 만에 24조원 넘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예입과 인출이 자유로워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이 같은 기간 692조8475억원에서 681조2276억원으로 11조6199억원 감소한 것과 대비된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은행권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9월 기준 1.31%에 불과하다.
시중은행보다 다소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측된다. 업계 1·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에 따르면 이들의 전체 수신 잔액이 지난 9월 말 20조4800억원에서 10월 말 20조2700억원으로 2100억원 감소했을 때 정기예금 잔액은 16조9196억원에서 16조9689억원으로 500억원 가까이 늘었다. 웰컴저축은행은 10월 정기예금 잔액이 지난 5월 대비 30.4%나 늘었다.
높지 않은 금리에도 자금이 은행으로 몰리는 데는 당분간 주식, 코인 등 다른 투자를 통해 재미를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적인 조정을 예상한다면 일반적으로 요구불예금 등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지만 조정 기간이 상당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면 정기예금 등보다 만기가 긴 상품에 돈이 몰린다.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 6월 20조5000억원 이후 계속 줄어 10월 15조97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 15조5227억원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달러 강세를 예상하는 투자자는 환차익을 노릴 수 있는 달러예금에 돈을 묻기도 한다. 요즘과 같은 경기 변동기에 신뢰할 수 있는 안전 자산인 데다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금리 인상 시점이 점차 앞당겨지는 가운데 원화값 하락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10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달러예금 잔액은 541억1700만달러로 9월 518억7900만달러와 비교해 22억3800만달러 늘었다. 전월 대비 20억달러 이상 달러예금 잔액이 는 건 2019년 8월 이후 처음이다.
광주은행은 이런 흐름에 맞춰 이달 초 '달라진 환테크 외화정기예금'을 내놨다. 1000달러 이상 금액을 3~12개월 예치할 수 있는 상품이다. 12개월로 예치하면 0.20%포인트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금통위는 오는 25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지난 8월 상향 이후 계속 동결돼 0.75%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2년 1월(3.3%) 이후
[서정원 기자 /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