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하는 전화금융사기 ◆
춘천에 사는 A씨는 지난 9월 지인이 잘 모르는 남자에게 현금을 전달하는 것을 목격했다. 마침 극장에서 영화 '보이스'를 관람했던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임을 직감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빠른 신고 덕분에 춘천경찰서는 현장에서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을 검거할 수 있었다.
영화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치밀한 범죄 수법이 사실적으로 나온다. 영화 속 범죄조직은 주택청약 신청자, 대기업 최종 면접자 등 특정 집단의 개인정보를 빼돌린 후 상황에 맞춘 정교한 대본까지 만들어 전화를 건다.
영화 속 범죄조직은 피해자들이 대포통장에 거액을 입금하게 한 뒤 빠르게 인출해 가는 수법을 쓴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 만나서 돈을 건네받는 '대면편취'가 대세다. 정부 지침으로 통장 개설이 까다로워졌을 뿐 아니라, 인출책이 현장에서 잡히면서 돈을 가로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면편취형이 급증하고 계좌이체형 수법이 감소한 것은 경찰청 통계에도 나타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전체 보이스피싱 3만4132건 중 계좌이체형은 89.7%(3만611건)에 달했다. 대면편취형은 7.5%(2547건)뿐이었다. 반면 작년에는 대면편취형이 계좌이체형을 앞질렀다.
올해는 1~9월 집계만 봐도 10통 중 7통은 대면편취형이었다.
올 들어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 총 2만4628건 중 대면편취형은 74%(1만8233건)에 달했다. 이에 반해 계좌이체형은 11.3%(2795건)로 떨어졌다. 대면편취형 보이스피싱은 대출 사기와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계 관계자는 "대면편취형 범죄는 주로 피해자에게 기존 대출을 저리 대출로 전환해 준다고 속인 후 기존 대출금을 한 번에 상환하라고 유도하는 수법을
돈을 가로채는 수법이 대면편취형으로 바뀐 것은 보이스피싱 예방 대책을 피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사기자금 지급정지제도, 지연인출제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