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향후 10년간 그룹을 이끌어나갈 핵심 키워드로 '글로벌'과 '데이터'를 꼽았다. 금융회사를 빅데이터에 기반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으로 탈바꿈해 나간다는 취지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그룹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 의뢰해 그룹의 미래 10년 비전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신뢰받고 앞서 나가는 글로벌금융그룹'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번에 10년 만에 그룹 전체의 비전이 바뀌는 것이어서 금융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의 향후 10년 비전엔 '글로벌'과 '데이터'라는 키워드를 담는 것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하나금융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외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임직원들 사이에 형성됐다"고 말했다. 비전은 '기업이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기업상(企業像)'으로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고, 구성원들이 조직에 몸을 담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비전을 다시 만든다는 건 기업을 재탄생시키는 것과 비슷한 의미로도 평가된다.
하나금융이 10년 만에 비전을 변경하고 나선 건 금융산업이 마주한 현실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산업은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기조 속에서 경쟁이 강화되는 한편 여기에 더해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금융회사가 확보하고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에게 혁신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비전 재정립에 나서게 된 배경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전언이다.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기존의 비전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에 오래된 측면이 있다"며 "하나금융이 앞으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글로벌'과 '디지털'에 방점을 두는 방향으로 비전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의 용역을 받은 맥킨지 소속 컨설턴트들은 하나금융 임직원들을 심층 인터뷰하며 이들이 꿈꾸는 기업의 미래상을 청취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대상은 고위급 임원뿐만 아니라 일반 임직원들도 두루 포함됐다. 하나금융이 바라는 10년 뒤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는 임직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비전을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전 선포 시점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 새로운 비전에 대한 전 직원의 공감대 형성 과정을 거친 후 비전을 선포해 구성원 모두의 새 비전 내재화를 도모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은 10년 비전과는 별도로 내년 금융그룹의 화두로 'Beyond Finance(비욘드 파이낸스)'를 선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내년 사업 구상의 지향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제공하던 금융의 의미를 넘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서 고객의 효용을
하나은행은 앞서 모바일뱅킹 '하나원큐'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자동차, 건강 등 다양한 제휴 콘텐츠를 통해 생활금융 플랫폼으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엔 전사적 관점에서 금융 외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플랫폼의 영향력을 높일 계획이다.
[김유신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