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시총 1조달러 돌파 ◆
미국 전기 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달러(약 1165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시가총액이 1조달러를 넘긴 것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모회사 알파벳, 아마존에 이어 5번째이며, 자동차 업체로는 테슬라가 처음이다.
25일(현지시간) 테슬라는 뉴욕 증시에서 직전 거래일보다 12.66% 급등한 124.86달러에 장을 마쳤다. 시총은 1조100억달러까지 치솟았다. 도요타, 폭스바겐,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푸조(스텔란티스), 혼다, 닛산, 르노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8개 자동차 업체의 시가총액 합 7042억달러보다 43% 높은 수준이다. 이날 주가 급등은 렌터카 업체인 허츠가 2022년 말까지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인 모델3를 10만대 구매할 것이라고 발표한 덕분이다.
글로벌 최대 렌터카 업체 허츠
모델3 10만대 대량주문 발표
모건스탠리 등 증권사들
목표주가 1200弗 이상 상향
테슬라 회사채 신용등급은
여전히 투기등급 못 벗어나
"정크등급중 첫 시총 1조달러"
테슬라가 시가총액 1조달러를 돌파한 배경에는 반도체 공급난에도 실적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데다, 세계 최대 렌터카 업체인 허츠가 대규모 구매를 선언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허츠의 임시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필즈는 25일(현지시간) AP통신을 통해 "전기차는 갈수록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면서 "현재 더 많은 고객이 기꺼이 전기차를 렌트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허츠는 테슬라의 보급형 세단인 모델3를 10만대 구매하면서, 또 다른 전기자동차 업체와도 구매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2023년 말까지 공항과 같은 요지에 4000개에 달하는 충전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일반 수요자에서 렌터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신호탄인 셈이다.
투자회사인 웨드부시 시큐리티의 댄 아이브스 이사는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허츠의 테슬라 차량 구매는 전기자동차의 광범위한 채택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아마 다른 렌터카 업체들도 허츠의 뒤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구매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전기자동차를 운전하는 경험을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일반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하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츠의 테슬라 차량 구매가 렌터카 업체에 경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인 셈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날 트윗을 통해 "수요가 문제가 아니라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생산이 문제"라면서 "하지만 허츠의 주문이 테슬라의 가치 평가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에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는 반도체 공급난에도 불구하고 실적을 꾸준히 개선하면서 상승 곡선을 그려왔다. 테슬라의 3분기 매출액은 137억6000만달러(약 16조414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증했다. 자동차 판매 총마진은 올해 2분기 25.8%에서 3분기 28.8%로 상승했다. 일반적인 자동차 산업 평균 마진이 10% 미만인 점을 고려할 때 마진율이 3배 가까이 높은 셈이다. 자동차 판매는 3분기 24만1300대로 올해 전체적으로 90만대 이상을 팔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힘입어 지난주 주가는 900달러를 돌파했고 25일 1024.86달러를 기록했다.
테슬라가 대표 전기차 회사로 자리 매김한 것은 시장 선점과 높은 기술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노르웨이 자동차 연맹이 올해 전기차별 주행거리를 비교한 바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3 롱 레인지는 한 번 완충으로 654.9㎞를 달려 동종 업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또 실제 충전 시간도 테슬라 모델3 스탠더드 레인지의 경우 24분 수준으로 현대 아이오닉5에 이어 2위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차량에 대한 기술력은 중고차 매매 시 높은 잔존가치 인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동차 리서치 업체인 아이시카스닷컴이 시중에 유통 중인 690만대 차량의 3년 후 평균 감가율을 조사한 결과, 테슬라의 모델3는 불과 10.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만달러를 주고 차량을 구입할 경우 3년 뒤 다시 3만5200달러에 되팔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소식에 힘입어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됐다. 모건스탠리가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900달러에서 1200달러로, 웨드부시가 1300달러에서 1500달러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신용평가 업체들은 테슬라 주가 상승에 대해 경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의 회사채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하는 고위험 채권을 가리키는 정크본드이기 때문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이달 테슬라의 등급을 BB에서 BB+로 상향했지만, BB+도 투기등급에 해당한다. 바로 한 단계 위인 Baa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정크본드 수준의 회사가 시총 1조달러를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신용분석가 조엘 레빙턴은 "테슬라는 시장가치가 1조달러로 평가된 최초의 정크 등급 회사"라면서 "신용평가사들이 테슬라의 채권 등급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 이상덕 특파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