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년부터는 영끌과 빚투로 집을 사는 것이 어려워진다. 금융당국이 '갚을 능력만큼 빚지는' 관행을 정착시키기 위해 강도 높은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차주가 보유한 총 대출금액이 2억원(7월부터는 1억원)을 초과하면 연 소득의 40%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은행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한도가 높은 제2금융권의 대출 문턱도 높아진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가계부채 관리방안과 금융권의 대출 한도 축소 움직임이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과 맞물려 부동산 구입 심리를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장은 "주택 대출 문턱 강화로 가을 거래시장의 성수기가 실종되며 거래시장 한파가 조기화될 상황"이라면서 "다주택자의 주택 추가 구입 수요가 감소하고,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대기 수요가 꾸준한 신축이나 교통망 예정지, 공급 희소성이 지속될 수 있는 지역 위주로 매입 수요가 제한되며 지역별 양극화가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대출이 많이 필요한 초고가 주택과 재건축 단지의 수요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영끌과 빚투를 막자는 데 있다"며 "매매 금액별로 보면 전세가율이 낮아 대출을 크게 일으켜야 하는 초고가 아파트와 재건축 단지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집값 우상향에 대한 기대가 크면 무주택 갭투자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가계대출 규제가 집값 하락을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데 전문가들 목소리가 모인다. 정부 대책이 시장 참여자들의 주택 수요를 '해소'하기보다 단기간 억제해 '지연'시키는 데 머무르고 있다는 배경에서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부동산 시장이 대세 하락으로 이어지려면 주택 공급과 유동성이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며 "정부의 공급 대책이 가시화되려면 3~5년은 기다려야 하는데, 대세 하락보다는 단기 경색 국면의 시장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수도권 아파트 입주는 2023년까지 감소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16만4032가구로 지난해 18만9980가구 대비 13.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8월 수도권 입주 물량은 전년 동기보다 19.2% 적은 9만2652가구에 그쳤다. 2022년(16만100가구)과 2023년(15만가구) 등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더욱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매매 수요 일부가 임대차로 옮겨가면서 전세 시장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함 랩장은 "매매 수요가 감소하면 일부 수요는 임대차로 옮겨가면서 전세 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전세대출이 제한되는 이들은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증액 요구에 쉽게 응답하지 못할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월세를 찾아나서야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번 방안에서는 제외됐지만 내년부터 전세대출이 대출 총량 관리에 포함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이 센터장은 "전세까지 규제하면 실수요자들이 갈 곳을 잃고 월세로 가게 되는 비참한 상황이 생긴다"면서도 "내년 대통령 선거 등 변수가 있기 때문에 내년이라고 추가 전세대출 규제 대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출 규제는 가뜩이나 가팔라진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