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퇴직 간부가 설립한 건축사무소가 LH에서 총 588억원 상당의 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 퇴직 간부 A씨가 2014년 설립한 S건축사무소는 올해 9월까지 LH에서 설계용역, 건설사업관리용역 등 총 42건 588억원을 수주했다. 같은 기간 국내 건축사무소 중 4위에 해당하는 수주 규모다. S사를 제외한 나머지 수주 상위 1~7위 건축사무소의 업력은 최소 21년에서 36년에 이른다.
현재 S사 대표는 B씨가 맡고 있는데, B씨 역시 LH 상임이사 출신이다. B씨는 작년 4월 퇴직한 후 6개월 만인 10월 S사 대표로 취임했다. 김 의원이 LH에서 받은 인사 기록에 따르면 A씨와 B씨 둘 다 건축직렬로, 2011년께 같은 부서에서 근무한 직속 상사와 부하 관계였다. B씨가 2018년 1월~2020년 4월 LH 본부장(상임이사)으로 재직하는 동안 S사는 LH에서 총 14건을 수주했는데, 이 중 9건이 해당 본부가 발주한 용역이었다.
S사는 설립 당시 아무 실적도 없었음에도 첫해 공동주택(아파트) 설계용역 등 3건을 수주했다. 2016년에는 같은 날 울산과 의왕 아파트 설계용역을 따냈다. S사는 설립 이후 5년간 건설사업관리용역을 수주한 실적이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2019년 8월부터 최근까지 무려 14건을 수주했다. 인천과 고양 아파트 건설사업관리용역을 같은 날 수주하기도 했다. S사는 설립 2년 만인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설계용역 우수업체로 선정되는 등 LH
김 의원은 "전관예우 수준을 넘어 전·현직끼리 일감을 몰아주고 퇴직 후 자리를 보장해주는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격적인 감사나 조사를 한다면 이 같은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며 제2의 LH 사태가 올 것"이라고 밝혔다.
[연규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